겨울 도봉산 산행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씩씩하게 서있는 푸른 솔들이 풍경의 품격을 높인다. 험악한 환경에도 기개를 잃지 않는 당당함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평범한 것에는 감흥이 쉽게 일지 않는다. 고난과 역경에 피어난 꽃이 향기도 진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암벽 봉우리를 등반하려면 두 발로는 어렵다. 두 손과 두 발을 다 동원해야 오를 수 있다. 거의 암벽 등반하는 수준으로 경사가 급한 바위를 오른다. 누군가의 수고가 함부로 오를 수 없는 곳을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길을 냈다.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산을 오른다. 바위에 이끼가 그린 동양화가 신비롭다. 뭉게구름 피어오르는듯한 문양이 눈길을 끈다.
제대로 보려면 앞만 봐서는 곤란하다. 가려진 뒷 태가 때로는 더 매력이 있는 법이다. 앞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잔설이 얼룩처럼 아롱진다. 어려운 길을 오를수록 쉽게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눈이 호강으로 즐겁다. 세월의 풍상으로 다듬어진 부드러운 바위 봉우리들과 소나무들이 빚어내는 풍경이 매혹적이다. 단순한 몇 개의 봉우리로만 알았지만 산마루에 올라보니 더 깊고 그윽한 산세가 이어져 있다.
산봉우리 능선길을 걸으며 시간과 바람이 조각한 작품들이 나타난다. 쪼개진 바위에 살포시 얹어진 하트 모양의 바위가 사랑스럽다. 망월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 만큼 내려가야 하는 것이 산행이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인 망월사는 이름부터 감성이 물씬 풍긴다. 달을 기다린다는 이름이 운치가 있다.
낙엽만이 뒹구는 쓸쓸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티끌을 모으면 정말 태산이 된다.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계곡에 물이 흐른다. 실개천이 모여 웅덩이를 이뤘다. 두꺼비 바위가 하산길을 배웅한다.
좋은 이와 동행해서 그분 덕분으로 예전에는 몰랐고 미처 보지 못했던 도봉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도봉산이 명산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벗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이 좋은 것을 나누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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