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각들을 위한 응원
오늘은 JTBC 마라톤 경기가 개최되는 날이다. 전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무덤덤했지만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한 이후로는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대회에 참가해서 뛰는 것은 아니지만 SFR 클럽 회원들이 다수 참가하는 대회라 현장으로 응원을 나간다.
클럽의 부지런한 이들은 새벽 댓바람에 벌써 출발 현장에 도착했다고 톡이 뜬다. 나는 중간 경유지인 신설동역 포스트로 간다. 그곳에서 동료들과 합류해서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티브 화면에 마라톤 대회 현장이 생중계가 된다. 참가한 이들은 한눈에도 어마어마한 인파다. 상당히 쌀쌀한 날인데도 아나운서는 오늘 날씨가 달리기에 최상이라고 한다. 그들을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음식을 먹다 말고 일어서려니 아내가 말린다. "지금 여의도에서 출발했는데 그곳에 사람들이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다"며 다 먹고 가라고 채근이다. 성화에 한입에 때려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집을 나섰다.
신설동역에 도착했더니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곧이어 선두 선수가 눈에 들어온다.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 전사다. 한눈에도 잘 달린다. 거의 100미터 달리는 수준이다.
이어진 그룹도 온통 흑인들이다. 깡마른 체구에 펄쩍펄쩍 뛰는 것이 초원의 영양들 같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황영조, 이봉주 선수들을 배출한 나라의 명맥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참 후에 한국선수들도 달려온다. 목청껏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엘리트 그룹에 이어 A조 그룹이 보인다. 일반인 선두그룹이다. 이들의 기량이 선수 못지않다.
이들이 뛰는 모습만으로도 원기가 솟아오른다. 이 포스트는 20킬로미터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뛰는 이들이 지친 기색은 없고 속도도 전혀 줄지 않는다. 이런 기량을 위해서 그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놀랍게도 여성주자들도 뛰어온다. 경쾌한 발놀림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이 감동이다. 나도 내년에는 저 대오 속에서 달릴 것이다.
선수들의 이름표를 보고 파이팅을 외친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아마도 힘이 날 것이다.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람, 빙그레 웃는 사람, 파이팅으로 화답하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친다. 달리는 사람도 응원하는 이들도 흥겨운 현장이다.
찬바람이 분다. 바람 따라 플라타너스의 잎도 휘날린다. 다른 때 같으면 춥다고 몸을 움츠리겠지만 짧은 팬츠와 러닝만 입고 뛰는 선수들의 열기에 가슴이 절로 펴진다. 우리 클럽 선수가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더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다.
선수들 모습도 다양하다. 농구공을 튀기며 뛰거나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뛰는 열혈 아빠도 있다. 복장도 다채롭다. 곤룡포를 입고, 해바라기 모자를 쓰고 심지어 웃통을 벗기까지 한다. 즐거운 달리기 축제 현장이다.
페이스메이커들도 눈에 띈다. 풍선에 시간이 표기되어 기록을 알 수 있다. 4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도 많아진다. 생기 가득한 현장에 서 있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인파가 섞여있으니 우리 선수가 지나치는 것조차도 놓친다.
다섯 시간 구간은 현저하게 달리는 속도가 줄었다. 뛰는 이들의 표정도 지친 것이 역력하다. 달리지 못하고 걷는 이들도 있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완주가 목표다. 내년에는 아마도 나도 저 대열에서 힘겹게 뛰고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사람들을 뛰게 할까?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구의 발현일 것이다. 더러는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도 될 것이다. 건강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뛰기도 할 것이다. 뛰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치열하게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도전은 사람들을 생생히 살아있게 만든다.
멋진 이들을 위해 완주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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