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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을 다녀왔지!

충북 보은 속리산 탐방기

by 정석진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물론 거르는 주도 많다. 고정 멤버는 4명으로 적게는 2명까지도 산을 오른다. 주중에 진안에 다녀오면서 남쪽 지방에는 아직도 단풍이 남아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기왕이면 단풍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멤버들에게 아래 녘으로 산행을 가보자고 운을 뗐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속리산이었다. 대중교통편은 불편해서 내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새벽 6시 반에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나 출발을 했다. 4명 전원이 동행했다. 두 분은 자신의 차를 우리 아파트에 주차했다.

새벽 출발길 풍경

속리산이 있는 보은은 거리는 200킬로미터 남짓이지만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곳이었다.


그간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정이품송을 대면했다. 가지가 일부 꺾여서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위엄이 느껴졌다. 명품 나무를 친견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가치를 이미 충분히 누린 기분이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기는 했지만 11시가 되어서야 속리산 입구에 도착했다.

산행 리더가 남들은 가지 않는 코스로 길을 인도했다. 시작부터 좀 어설펐다. 등산로를 처음부터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 멤버들은 리더의 완벽함과 명민함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이나 걱정 없이 그저 인도하는 대로 묵묵히 따라나섰다. 늦가을의 산은 낙엽이 길을 덮는다. 잘 아는 길이 아니면 길 찾기가 어렵다.

오래전에 가본 행로에다 길도 보이지 않으니 헤매는 것은 당연지사다. 속리산은 소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잡목이 없이 산이 정갈한 편이다. 다행히 없는 길에도 이리저리 다니기가 수월했다.

산행 내내 "이 길이 아니네"를 반복하며 산행을 했다. 목적지는 분명했지만 전략 전술이 불분명하다 보니 걸음이 더뎠다. 그래도 멤버 누구도 불평은 없다. 산 자체가 좋으니 말이다.


산 마루에는 바람이 거세서 추웠다. 장갑을 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바람이 잦은 곳은 아늑했다. 정처 없는 길이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법주사를 발아래 두고 전경을 감상하기 좋은 포스트가 여러 곳을 만났다.


대부분 솔잎이 깔린 길이었지만 상수리나무 잎이 수북하게 깔린 길도 만났다. 잘 마른 잎들이 밟히면서 내는 소리가 정겹다. 소나무들은 늘씬했다. 햇빛에 반사되는 솔잎 위에 눈이 쌓인 듯한 착시도 만났다.

갑자기 아파트에 주차한 차가 문제가 되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하는 장소에 파킹을 잘못한 것이다. 무조건 차를 빼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우리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고 하산을 해야 했다.


마음이 바빠도 볼 것은 봐야 했다. 법주사로 내려와 국화로 단장한 경내를 둘러보았다. 국보가 많은 유서 깊은 절답게 기품이 있는 전각들과 밝고 화사한 국화가 잘 어울렸다.

가람 뒤편의 호수에도 들렀다. 산에는 단풍이 흔적도 남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색조가 진한 단풍들이 보인다.

산문을 나서는 길에는 절정의 단풍이 우리를 반겼다. 산을 헤맨 보상을 두둑이 받은 기분이 들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남녘에 온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삶이라는 것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일인가.

천황봉이나 문수대를 오르지 못했어도 좋은 이들과 명산에 올랐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주차문제로 작은 트러블이 있었지만 덕분에 빠르게 귀가할 수 있었다. 새옹지마 그거 진리다.


#속리산 #산행 #정이품송 #법주사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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