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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 Feb 14. 2021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부자들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X 돈의 속성(김승호)]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부~자되세요!”

어떤 이는 IMF 이후 한 카드사의 광고를 듣고,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더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뭐랄까, 다들 자본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아왔지만, 이제는 부자가 되는 것이 사회의 미덕임을 공공연하게 서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나. 그 분이 요즘 자주 접하는 새 인사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얻는 ‘노동소득’에서, 자신의 자본이 일하게 하는 ‘자본소득’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2위가 건물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가치적 판단 대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전에는 자본주의의 윤리로 여겨지며 대단한 가치를 부여받았던 ‘노동’이 오늘날에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어서 벗어나야 하는 ‘굴레’처럼 인식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자본주의의 오늘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과 함께 두 번째 책 김승호 대표님의 <돈의 속성>을 만났다.        





 삶의 주체성을 갖고 다시 태어나는 생일, 경제적 독립


 이 책은 한인 기업 최초 글로벌 외식 기업인 ‘SNOWFOX GROUP’의 회장이 직접 돈의 속성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다. 책을 읽은 친한 선배의 말로는 아버지가 자녀에게 주는 가르침 같았다고 한다. 돈의 속성과, 부자에게 필요한 네 가지 능력 등을 알려주지만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하나다.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을 통해 광복을 맞았듯, 나의 자산이 나 대신 일하는 경제적 독립을 이룰 것. 즉, 자신의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넘어서게 되는 날을 위해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가족의 가난의 고리를 끊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부자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며 사는 삶으로 초대한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가난의 밑바닥에서 부의 거의 정점까지 모두 직접 경험한 본인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제 막 첫 소득을 얻는 청년들부터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된 중년들까지 각 주체들이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실천적 지혜들이 담겨 있다.      


성공으로 가는 위대한 비밀의 규칙은 없다.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것과 같은 작은 비밀이 있을 뿐이다.  -김승호 스노우 폭스 회장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 :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기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저자는 먼저 그 생각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1)돈을 버는 기술과 2)돈을 모으는 능력, 3)돈을 유지하는 능력과 4)잘 쓰는 능력은 밥상의 네 다리와 같아서, 이를 고루 배우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중 한 다리만 없어도 금방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마치 부자가 되는 요행이 아니라, 부자로 살아갈 수 있는 그릇을 갖추는 데 집중하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세 가지 가르침이 기억에 남는다.     



 첫째, 단단한 돈으로 투자할 것. 저자는 돈에도 중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부자들의 돈은 돌처럼 무거워서, 투자된 곳에 오랜 시간 자리를 잡고 이윤을 남긴다. 반대로 대학등록금, 결혼자금, 심지어 남에게 빌린 돈들은 무게가 가벼워서 자리를 잡으려다가도 금방 다른 곳으로 가버려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 따라서 먼저 죽어라고 절약해 종잣돈 1,000만원 혹은 1억 원이라도 만들어 욕심을 줄여가며 그 돈에서 오는 자본 이익을 키워가라고 한다. 그런 돈은 돌처럼 무거울 테니 말이다.  


돈이 많이 몰려간다고 새 주인이 그 돈에게 시간을 많이 주는 것은 아니다. 그 주인의 품성이 돈보다 더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좋은 주인을 만난 돈은 점점 더 여유 있고 풍요로워진다. 돈은 더더욱 안심하고 좋은 짝을 만나 많은 결실을 맺게 된다. (...)
누구라도 시간 많은 돈을 거느릴 만한 주인이 되지 못하면, 결국 그 돈이 당신을 거느리게 될 것이다. (p.63)



 둘째, 다른 이의 돈을 소중히 여길 것. 김승호 대표는 돈을 인격체로 대한다. 돈은 자신을 함부로 다루거나 자신에 대해 무지한 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고, 또 너무 인색하여 쓰지 않는 이에게도 다른 돈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저자는 특히 다른 이의 돈 또한 소중히 대하고자 집중한다. 마트 카트를 소중히 다루고, 미용실 예약 후 방문하지 못했을 때에도 비용을 지불하며, 다른 가정의 생활비로 쓰일 대금들은 기일을 칼같이 지킨다. 그렇게 다른 이의 돈이 소중한 줄 알아야 자신의 돈도 소중해진다는 저자를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부자가 갖추어야 할 품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셋째, 기업가 정신을 갖고 살아갈 것. 이스라엘 청년들의 목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연 매출 1조원의 목표를 이루고 곧 나스닥 상장을 앞둔 저자도, 우리나라가 성실한 실패를 용납하는 분위기가 되어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주식 투자를 할 때도 이런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단순한 투기나 누군가의 추천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에 돈을 덜컥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회사의 동업자가 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돈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는 금융문맹을 벗어날 것.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금융문맹이 더 무섭다.”
 - 앨런 그린스펀

(특히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공부’라는 설득이 와닿았다. 한국은행에서는 국민들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금융용어 700선’이라는 책자를 발행했다. 김승호 대표는 이 중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90여 개의 용어를 간추렸는데, 이를 표시하여 첨부한다.)







 자본주의의 오늘을 ‘잘산다는 것’에 대하여 

 (feat. 새로운 자본주의의 윤리)


이처럼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잘 살기 위한 방법들을 집중해서 공부하다가 생각해본다. 어제의 자본주의에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윤리였다면, 오늘날 자본주의의 윤리는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고도 부를 쌓는 경제적 자유가 되고 있는 것 아닐까. 이어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말미에 남긴 막스 베버의 문장이 떠오른다.


청교도인은 직업에 전념하는 인간이 되기를
1)“원했던” 반면에,
우리는 그런 인간이 2)“되지 않을 수 없다.”   
  -



베버는 1)미덕과 2)윤리의 차이를 보여준다.

1)미덕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원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이 결여되었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2)윤리는 마땅히 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런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즉 강제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청교도인들이 노동에 전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산업화 이후 노동이 윤리가 된 사회에서는 개인에게 당연하듯 질문한다. ‘너 뭐해 먹고 살건데?’)



더 나아가, 만약 지금이 자본주의의 어제에서 ‘노동’이 차지하던 지위가, ‘경제적 자유’로 대체되고 있는 과도기라면? 누군가의 ‘미덕’으로 여기던 경제적 자유를, 사회 전체가 ‘윤리’로 여기기 시작한다면? 이전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그것이 이제는 이루어야만 하는 윤리가 된다는 것. 

그것은 평생 노동하며 살아왔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못한 어떤 이의 삶을 ‘잘못 산 삶’이라고 규정 짓기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어떤 이는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가족, 친구 등, 결국 내가 사랑하며 지켜온 사람들도 해당될 것이다.   



뿌연 안개로만 여겼던 대기가 미세먼지임을 알고나자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자본주의의 안개에도 윤리적 질책이라는 미세먼지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갈 길은 먼데 빈 차가 없다’는 취준생 친구의 절망 속에서,

‘이런 박탈감 속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선배들의 고민 안에서,

‘전세를 산다는 이유로 일년만에 부끄러운 아버지가 됐다’는 존경하는 선생님의 한숨 앞에서,


‘니가 잘못해서 그래.’라는 미세먼지가 건강한 사회를 파괴시키고 있다.  



(출처 : pinterest)



자본주의의 오늘을 ‘잘 살고 싶다’는 다짐은 ‘마스크를 잘 끼자’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삶에 대해 경제적 성취라는 잣대 하나로 함부로 평가하면서, 나는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할 그런 자신이.

그래서 나는 자본주의의 미세먼지를 적게 마시기 위해 두 가지 마스크를 꺼내본다.


 첫 번째는, 경제적 차이에 대해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 이는 관계에서 오만함이나 열등감을 낳는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진솔한 대화를 잃어버리고, 상대에게서 발견했던 반짝거림을 잊어버린다. 너무나 어리석게도 말이다.  


 두 번째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조급함과 탐심을 버리기. 불안한 생각들과 후회들로 뒤척이는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불을 개는 일. 물을 자주 마시고, 부모님께 먼저 전화드리는 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 힘든 친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치킨을 사는 일. 좋은 기업의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는 일.



 

자본이라는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소중한 것들을 집어삼키는 오늘날.

나는 잘 살고 싶다고 다짐한다.

내게 소중한 것들을 이제는 쉽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 늘 그렇듯 소중한 것들은 잃었을 때 그 가치를 알게 되니까.

너무나 아프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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