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상은 Oct 24. 2020

17. 타인의 문장에 내가 기록될 수 있다면

프리랜서 살아남기2

매주 주말마다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해는 볼 수 없었던 저에게 기적같은 습관이 생긴거죠. 주말마다 만나는 분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합니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온라인에서 눈꼽하나만 떼고 커피잔 하나만 든채로 만나는 얼굴들이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워크숍 마지막을 앞둔 심정(?)을 조금 내비추고자 합니다. 




여물지 못한 글쓰기 실력으로 워크숍을 열게 된건 #헤이조이스 라는 커뮤니티에서 작게나마 시작했던 클럽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은 작품을 쓰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서 제안했던 거였는데, 새로운 방향을 잡아 항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부업으로_매일매일_글쓰기 클럽은 봄날에 문을 열고,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달았습니다. 



저는 제 글쓰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에 비해서 물건 하나를 더 잘파는 수준 정도라고 여겼을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의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누굴 가르칠만 실력도 아니고, 그냥 남들 터는 이야기에 조미료 한스푼, 두스푼 뿌려주는 재미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소규모 모임으로 열었던 일명 부.매.글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사회 친구들을 만들어줬고, 진한 농담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도 그 과정에서 만난 화려하고 고귀한 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조미료 한스푼만 더해져 윤택해질 수 있다면. 일상의 소소함이 단짠단짠으로 조화롭게 여길 수 있다면 빈약한 내 실력을 기꺼이 한치의 부끄럼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사실 워크숍을 진행하기 전까지의 마음이었습니다. 마지막을 앞둔 지금, 저는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부끄럽습니다.




언제나 타인의 문장에 나는 들어설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내 조언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기에 합평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 장소 같았거든요. 하지만 쓰기의 삶을 선택한 이상 합평은 제가 달고 다녀야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숱하게 평가받고 오는 직장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내가 하는 말 조차 너무 부담스럽게 들릴까봐요. 



어쩌면 누군가의 문장에 내 조언이 독이 될수도 있을까봐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준비를 많이해서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겠노라 했지만 제 헛점은 워크숍이 끝날때마다 도드라지곤 했습니다. 진짜 부끄러웠던건 잘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 이었거든요. 


이번 워크숍에서 저는 배운게 많았습니다. 잘 쓰는 사람보다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요. 누군가의 삶을 평생 써야하는 숙제라고 한다면 그 숙제에 거쳐가는 연필 한자루가 될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타인의 문장에 내가 기록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꺼이 자신의 하루를 내어준 분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록될지 참으로 깊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하루하루 재밌는 글쓰기를 하러 오셨지만 그렇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가셨을까봐 걱정이 여전히 큽니다. 함께 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 자주 보지 못해도 언제나 늘 귀를 내어드릴 수 있는 워크숍 리더로 남고 싶습니다. 프리랜서로 사는 동안 워크숍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아, X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