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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은 Mar 20. 2023

감히, 무려, 나 따위에게 칭찬을

믓찌다 우리 상은이

금요일 늦은 저녁부터 일요일 낮까지 실컷 쉬고 나면, 낮아졌던 HP가 다시 차올라 밤부터 달리게 만든다. 모두가 잠든 새벽 혼자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으면...


"나 제법 멋진데!" 

"아니 그래도 8년째 이렇게 사는거면 꽤 멋있잖아 나!" 

"누가 이렇게 일해! 요즘 같은 세상에!"


라며 혼자 궁시렁 거리기 시작한다. 멀찍이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은 그만 하고 자라고 걱정섞인 말 한마디를 남기지만 내가 왜 이렇게 궁시렁 거리는지 남편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렇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나는 요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새벽 2시에 먹는 야식 말고, 일과 눈물 


쓰고 지우고 하는 삶을 선택한지 어언 8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일은 어렵고 나는 늘 쪼렙 같다는 생각 때문에 책상에 엎어져 종종 우는 일이 많아졌다.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까 싶어도, 근래 들어 내 주변은 아이 엄마가 되어 휴직한 친구들과 일을 때려치고 새로운 장소에서 상큼한 스타트를 하는 바쁜 선배들로 가득차 기대어 울곳도 없다. 남편은 있지만, 남편 또한 이런 내 고민은 스스로가 이겨내는것이 답이라는 이미 우문현답을 주었기에 나는 숨죽여 우는 것을 선택했다. 


밤을 새서 일을 해내도, (결과가 똥이든 똥이 아니든) 멋있는 개인 작업을 의뢰받아 해내도, (결과가 똥이든 똥이 아니든) 어느것 하나도 나를 채우지 못하고 외로운 날들이 연속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야, 너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다'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잔고도 나쁘지 않고. 회사에서 받는 보수도 나쁘지 않다. 욕이야 진탕 얻어먹는 날이 여전히 더 많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낯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사셨네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나는 왜 요즘따라 애정과 칭찬이 이리도 고픈걸까. 새벽 2시마다 눈을 떠 잘 먹지도 않던 라면을 끓여 먹는 이상한 습관처럼, 나는 요즘 새벽에 눈을 떠 울거나 웃거나 아님 다시 일하거나 하고 있다. 


그 새벽 남겨진 것들


몇달째 이어지는 요상한 습관은 결국 생활 패턴을 제대로 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일을 하다 쓰는 것이고.. 무엇보다 현재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라는 것. 몇번이고 생활 패턴을 조정해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강박증이 생긴것처럼 불편해져 그만뒀다.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 새벽에는 나는 이 마음과 갈망을 채우는 시간을 탐닉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일이 가진 무게로 인해서 잠들지 못하는것인지, 그냥 바보가 되는 걸 즐기느라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해서 짜증이 나 이렇게 된건지...오만가지 이유들을 찾아 헤맸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답을 구해 스쳐간 시간들이 아쉬워 허망해졌다. 

부모님이 주신 카톡에서 나는 새벽에 우는 일을 줄이게 됐다. 내가 멍하니 눈을 뜨고 있는 시간들마다 엄마아빠가 보낸 카톡을 다시 또 읽고 읽었다. 그제야 나는 나한테 모질게 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봄은 이렇게 빠르게 따뜻하게 오고 있었는데, 정작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두고 왔으니 냉랭한 마음에 뭐하나 피어날 수가 없다. 무리하지 않아도 봄은 올거고, 겨울은 지나갈건데 매일 같이 나에게 화를 내고, 나 자신을 원망하고 타박하느라 어디가 다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른채 그냥 하루하루 해결하기만 바빴다. 생각해보면 나는 되게 잘하고, 되게 괜찮은데. 되게되게 믓찐데 말이다.


그래서 믓찌다 우리 상은이, 오늘 새벽도 믓찌다 우리 상은이


그래서 나는 더이상의 핑계도 이유도 찾지 않기로 했다. 허구헌날 밖에서 욕을 먹더라도, 최악의 날들이 연속으로 찾아올지라도. 매일매일 나한테 칭찬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감히 무려 나따위가 뭐라고 칭찬을 한다고 한들 그래도, 믓찌다 우리 상은이 라며 쌍따봉을 날려주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에 봄은 여전히 오지 않을거 같아서. 적어도 찾아오는 계절을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뒷걸음치며 내가 다친 상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으면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도망치지말고 찬찬히 차분하게 무리하지 않게 내 마음을 보면 결국 거기서도 예쁘게 볼만한 구석은 하나정도 있을거라고 믿기로 했다. 아무렴, 남들 시선이 무슨 소용인가. 나의 부모가 말해준것처럼 하지 말란거 하지 않고, 내 마음을 소중히 여기면 예쁜 꽃은 꼭 피어있을텐데. 


무려 나따위에게 칭찬을 하고 싶어 만든 이번 매거진은 정말 내마음이 칭찬으로 풍요로워지는 날에 막을 내릴 것이다. 그러면 칭찬도 애정도 슬픔도 고프지 않을테니까. 그러니 당분간은 믓찌다 상은이를 외치면서 들어오는 이 곳을 많은 분들이, 아니 하물며 나따위가 기꺼이 사랑해주는 글자들로 가득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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