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는 것이 신나는 서른아홉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도 하고, 괜히 나를 더 설레게 만들기도 하고.

올해부터 나이 셈법이 바뀐다 어쩐다 말이 많았고, 결국 바뀌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오던 내 모습이 하룻밤 사이에 짜잔 하고 바뀌는 것도 아니더라.

삼십 대 중후반에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나이 따위는 살아가는 데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분위기의 나라’에서 외국물을 먹고 와서 그런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이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심지어 한 동안 내 나이를 한 두 해 높여서 잘못 알고 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삼십 년이 넘게 살아온 습성(?) 때문인지 그래도 올 한 해 마무리는 조금 특별하게 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의 나이법대로 따진다면, 오늘은 나이의 앞자릿수가 바뀌기 전의 마지막 하루가 될 테니깐!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아주 귀엽다 싶을 정도로 가소롭겠지만, 그래도 좋은 걸.

십 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갈 때에는 가고 싶던 대학교에서의 연이은 낙방 소식에 속상해서 새로운 시대(?)를 축하할 겨를도 없었고,

이십 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갈 때에는 그렇게나 세뇌당했던 ‘여자는 서른 넘으면 끝이다’라는 망할 생각 때문에 긴장과 두려움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른이 되면서 내가 좀 더 멋져질 것 같다는 정체 모를 자신감도 있었지롱.)

사실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간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듯이,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된다고 내가 짜자잔 하고 더 멋진 나로 변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신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모든 사주에서 나는 사십 대, 오십 대 때 더 대박이 날 거라고 들어서 그런가.

뭘 해도 삼십 대 때보다는 사십 대 때 더 능숙하고 자신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 때문인가. 엇,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내가 나를 믿고 있네. 늘 불필요한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가득한 멍청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나 보다. 그것이 바로 나이, 혹은 연륜인가 보다.

물론 이제부터는 외모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성장이나 유지보다는 노화(?)라는 이름의 비탈길에 들어서겠지만 (젠장), 뭐 어쩌겠누. 어차피 십 대 이십 대 때에도 뽐낼 만한 생김새로 산 적이 없기 때문에 그건 그렇게 큰 치명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삼십 대를 다 보내기 직전의 늦은 오후에 기분이 유쾌해지는 책방 하나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