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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협아 Feb 24. 2020

진짜 영국 영어가 뭐지?

사람들이 쓰는 말에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가


한국에서의 영어 티칭 & 학습 세계에 영국 영어가 등장해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단순히 영국 영어뿐 아니라 포쉬 악센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도구로 등장한 걸 보니 말이다.



어렵다.


'진짜' 영국 영어라는 제목을 넣고 가는 이유야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매력 있는 콘텐츠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나, 가르치는 사람에게나 말이지.



하지만.


영국인들도 미국 영어의 세계화에 자신들의 말이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마당에 [진짜 영국 영어]라는 카테고리를 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를 구분해서 그 차이점을 배우는 것도 꽤 흥미로운 영어 수업이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가보면 영국의 젊은이들도 우리가 흔히 [미국식 영어]라고 알고 있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 미국식 영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라고 그 언어적 침략(?)에 예외가 되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발음이나 표현에 있어서 굉장히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걸로 여겨지는 '포쉬 악센트'가 정작 현지에서 동경'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고려한다면 마냥 동경하고 따라 해야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출처 : overstock.com

포쉬 악센트 = 진짜 영국 영어?


영국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악센트, 억양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억양마다 지방의 정체성과 특성을 나타내는 꽤나 그럴듯하고 귀여운 이름도 붙어 있다.



그냥 궁금해졌다.


[포쉬 악센트]라는 타이틀이 아니면, 그 수많은 영국의 악센트들은 [진짜]가 아닌 게 되는 건가?




우리 부모님이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시던 구수한 지방 방언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진짜가 아닌 한국어로 다가가는 걸까?



악센트에 관한 고찰은 잠시 뒤로 하고, 저 프로그램의 취지가 좀 궁금하기는 하다.


저기에서 메인으로 내세울 것이 [포쉬 악센트]라면,  외에 다른 영어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있는 요소가 있을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영어에 집중되어 있던 한국의 영어 교육 시장에 등장한 새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들의 욕구를 고려한 가장 영리한 선택이라는 것도 안다.



다만, '진짜'라는 정의를 내리는 대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나 자신도 아리송해서 이렇게 끄적여 본다. 하긴 나도 한 때 내 말투 안의 미국 영어의 흔적, 한 번 더 나아가서는 지방 사투리의 흔적으로 지워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적이 있기에 내가 매달렸던, 되고 싶었던 [진짜]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 나는 지금 영국 영어를 쓰고 있는 건가?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 되었나?



그렇게 나는 영국인이 되었고, 서울 사람이 되었던가?


내가 그렇게 좇던 [진짜]가 되어 나는 온전한 내가 된 것인가?




덧. 지금 요 며칠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영드 Outlander를 열심히 보다 보니 그 안에서 등장하는 영어도 우리가 아는 하나의 영국 언어가 아니라는 점이 더 눈에 띄어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한 번 더 솔직해지자면 사실 주인공 제이미에 대한 사심이 더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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