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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Oct 19. 2020

첫 퇴사를 결심했다.

스타트업 초년생의 첫 퇴사 A to Z #1

스물 두 살부터 스물 다섯 살까지, 캠퍼스 생활을 포기하고 다녔던 나의 첫 직장을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미래가 안 보이는 미래가 너무 잘 보여서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정말 '미래가 안 보이는 미래'가 너무 잘 보였다. 아직 남아있는 나의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나의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었다. 


나는 스타트업에 다녔다. 아니 사실은 글을 쓰는 아직까지도 다니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소셜벤처. 입사 당시의 나는 이러한 것들에 로망을 가지고 있었고, 말하자면, 스타트업뽕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나는 스타트업에 다녀! 나는 창업멤버야.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 이러한 자기위안을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특히 학교와 병행하며 다니던 시절에는 내 주위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 대단하다. 남들보다 하루를 더 길게 사는 것 같아."라는 말을 나에게 해줬다. 그 때에는 "맞아! 나 진짜 허슬라이프야"라고 생각했다. 

물론, 열심히 살았고, 한 것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 만큼 후회도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가혹하게 학대해온 것 같기도, 한편으로는 열심히 산다는 생각에 고취되어 진짜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러하듯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최근 6개월은 정말 다이나믹했다. 다이나믹한 상황 속에서 나는 기대하고, 절망하고, 또 기대하고, 포기하는 과정을 겪었다. 


언젠가부터 시킨 일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킨 일만 하려면 왜 스타트업을 다닐까? 왜 일을 시작하기가 싫고 재미가 없을까?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를 잃었다. 주간회의(의 탈을 쓴 주간명령?)를 하던 어느 날 아침,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 다음날 바로 면담을 신청하고 퇴사의사를 전달했다. CEO는 당황했을 것이다. CEO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무엇을 생각하려고 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아무튼, 퇴사선언 한 달 뒤에 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ASAP으로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퇴사는 현실이더라.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주위의 많은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받았다. 세상에, 퇴사를 하는데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더라. 그래도 나름 3년간 일하면서 많이 컸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사회에서의 나는 어린 양이었다. 퇴사 전략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자


스무스하고 아름다운 이별, 가능할까? 아직도 많이 두렵다.

퇴사 이후에 무엇을 할 지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나에게는 한 가지의 명확한 사실만이 나를 후회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이 회사에 계속 다니면 내가 원하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 회사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 내가 함께 커 온 회사이니만큼, 나는 정말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 회사에 대해 정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는 남자친구가 '밥을 쳐먹는 것'으로 보이는 것 처럼. 정말 한 시점에 정뚝떨을 느꼈다. 

퇴사선언을 한 그 때 마저도 정이 뚝 떨어졌다. CEO는 나에게 '이직 준비를 하며 일을 해라'라고 권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정말 내 가치관과,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모습과 많이 동떨어져있었다. 스타트업이라면 모든 동료가 온 힘을 쏟아부어 성장시켜야 할 텐데,,, 심지어 대표가 이직준비를 하며 적당히 일 하라고 권고하다니! 더 이상 이 회사를 성장시키지 않겠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더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의 평화와 의욕

퇴사선언을 하고 나에게 첫 번째로 찾아온 것은 마음의 평화이다. 미간에 주름을 달고 살던 나에게 느긋한 미소가 찾아왔다. 정말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들어도 네^^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로 찾아온 것은 의욕이다. 아니러닉한건지, 당연한건지 의욕이 꺾여 퇴사를 결정하고 퇴사를 선언하자마자 의욕이 샘솟았다. 벌써부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공부, 읽을 책이 산더미처럼 떠오른다. 참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간사할까?


그래도, 휴식 

쉬어야지.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해야지. 스스로에게 의무적으로, 의욕적으로 쉴 기간을 주기로 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아예 먼 곳으로 떠나 한 달 동안은 쉬고, 머리를 식히고 오라는 말을 했다. 허허, 나도 모르게 내가 참 힘들어 보였나보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나 힘들다고 티를 팍팍내고 다녔나? 그래. 쉬자 좀. 쉰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으니까.




첫 퇴사를 겪을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하여, 혹은 두 번째 퇴사를 겪을 나를 위하여 차근차근 기록을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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