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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집 구하기(1)

집부터 구해야 해

by ONNA


나는 집이 중요했다. 가족과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집이면 충분했지만, 예산 내에 가장 적합한 곳을 골라내는 안목이 나에게는 없을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방콕에 오기 전부터 어디에 살아야 하는가에 의문이 많았는데 외국이기 때문에 계약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결정하기가 무척 어렵게만 느껴졌다. 이곳 부동산 계약형태가 한번 계약하면 연간 계약이기에 집을 쉽사리 옮길 수 없는 점도 한몫했다.


한국에서 태국으로 이삿짐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개월. 미리 짐을 싸서 보냈고 짐이 도착하기 전에 집을 구해야 했는데 설상가상 아이학교 갈 날짜도 고려해 서둘러야 했다.


방콕에서 첫날을 보내고 깨달은 것은 이곳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공공기관들이 주로 위치하고 있는 곳이 수쿰빗 대로 BTS 아속역과 프롬퐁역 주변이었다. 이 말은 즉, 이 주변에 한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의미로 추측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BTS 지상철 역사 주위로 형성된 상권은 꽤 편리해 보였는데 그 주변을 벗어나면 연중 더운 날씨에 걸어 다니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 때문에 지상철에 가까운 곳 위주로 알아보니 비용이 그야말로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구해야 하는데 방 3개짜리 집을 구하는 것이 뭐 이리 어려운지.


집을 구하기 전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다 보니 몇 가지 알고 접근해야 하는 정보들이 있었다. 하나는 충분히 걸어 다닐 만하면 셔틀(툭툭)을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걸어 다니기에 조금 멀다 싶으면 어김없이 셔틀을 운행한다는 것이다.


상습 침수 구역에 위치한 집들은 어김없이 메인 도로보다 지대를 높여서 집을 지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향집은 피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국과 달리 태국은 연중 뙤약볕이기 때문에 남향집은 매우 덥다. 게다가 콘도마다 전기요금 체계가 다르기에 계약할 때 조목조목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아파트 관리비에 한전에서 보내오는 요금과 아파트 관리비가 합쳐져 고지서대로 납부만 했는데 전기요금이며 수도요금을 모두 고려해 집을 계약해야 하다니 야생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태국 콘도는 한국 국평 아파트와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임차 시스템부터가 달랐다. 보통 집을 임차하면 한국은 아파트나 빌라 전월세를 떠올리지만 태국은 콘도 또는 무반이다.


콘도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형태의 빌딩이고 무반은 주택이다.


전세 개념은 없고 월세로 계약하며 통상 보증금은 콘도의 넓이에 따라 다른데 100 sqr를 초과하면 1달 치를, 넓이가 그 미만인 경우에는 2달 치를 보증금으로 한다(개정된 법규를 무시하고 2달치를 보증금으로 요규하는 곳도 많다). 계약서를 쓰고 보증금 납부 일자를 정한 다음 보증금 납부일 이후에 이사할 수 있다.


기업 명의로 계약하게 되면 개인 명의 계약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세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명의 계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통상 콘도에는 헬스장, 수영장, 커뮤니티 룸 등 공동 사용구역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에서는 호텔에서나 누릴 법한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계약 자체에 가구나 가전을 포함한다. 말 그대로 ‘풀 퍼니처’다. 이 말은 한국에서 가져온 가전이나 가구가 들어갈 곳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니 주의해야겠다. 그러나 이런 혜택도 어떤 콘도를 선택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해 보고자 지도를 펼쳤다. 회사, 집, 학교 중에 어디를 비중에 두고 구해야 할까? 내 결정은 나의 적응보다는 아이의 적응이 중요했기 때문에 학교와 가까운 곳을 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잘 적응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 앞에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를 생각하면 통학 거리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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