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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집 구하기(2)

마음에 드는 집이란

by ONNA

방콕에 도착하기 전 미리 부동산 업체 두 곳에 미팅 의뢰를 해두었다. 한 곳은 한국 분이 하는 곳이었고 한 곳은 현지 업체였다. 한국에 있을 때 양측에서 경쟁하듯 사진으로 이곳저곳을 보여주셨지만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하지 못한 채 방콕에 도착했고, 일주일 내로 후보군을 모두 둘러보고 계약을 완료해야 가족이 왔을 때 부드럽게 입주가 가능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임차할 집을 차례로 둘러보다 보니 한국처럼 현관을 가진 곳이 많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거실이다. 신발을 벗을 곳을 찾지 못해 매번 어리둥절했다.


과도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로 가득한 곳도 있고, 콘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심드렁한 첫인상을 보여준 곳도 있었다.


머리로는 지상철과 가까운 곳을 얻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집들은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방문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해 결국 조금 비싸지만 지상철과 가까운 집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마음이 기울던 중 현지 부동산에서 한 곳을 더 알아봐 주셔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여러 부동산을 살펴보느라 조금 지치기도 했고 잘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태워져 이동했던 터라 자리가 불편했는데 창밖으로 분홍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동네의 풍경에 마음에 들어왔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도착한 곳은 펫 프렌들리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곳이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나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던 곳이었다. 앞서 으리으리해 보이던 콘도들과 달리 주차공간도 적고 로비도 작았다.


친절한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매물로 나온 층에 내렸더니 신발장이 있었고 따로 현관문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니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의 집이 나왔다. 마침 전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나갔기에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에 직원들이 집을 수리하고 있었다.


동서방향으로 바람이 쉬이 지나가도록 창이 있고 바닥은 베이지 톤에 벽은 하얀색이라 전에 살던 집과 분위기가 비슷해 한 번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시야를 가리는 고층 빌딩도 없고 무반촌 근처라 조용한 데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집이었다.


나는 단번에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전철역 근처가 더 낫지 않냐는 남편의 의견을 누르고 이 집으로 결정했다.


보증금을 치르고 다음날 이사를 했다. 그날 남편과 아이가 입국했다.

우리는 얼싸안고 공항에서 총총 뛰었다.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였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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