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기본은 의외로 간단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말은 쉽지만 싸게 살 수 있는 시기와 비싸게 팔리는 시기, 그리고 그 투자대상은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싸다 비싸다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거시적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좋은 시기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같이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때다.
거시경제학자로 워싱턴 대학교 교수를 지낸 하이만 민스키는 ‘자본주의가 금융위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설’에 의하면, 경기가 좋은 시기에 투자자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에 나선다. 그런데 과거에 일어났던 리만 브러더스 사태 때처럼 일부 투자자가 거액의 채무를 못 갚는 사태가 벌어지고 그 충격으로 인해 금융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되면 당황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추가로 손해를 볼까 두려워 앞 다퉈 자산을 팔아치우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대출 받은 금액에 비해 담보가치가 부족해지면 투자자는 채무초과(부채가 자산보다 큰 상태)에 이르러 파산을 하고 만다. 이때 투자자의 파산에 그치지 않고 이 투자자에게 대출해준 은행마저도 파산 위기에 봉착하면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해당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해 살려낸다. 이런 과정은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처음부터 똑같이 반복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내포한 금융위기 현상이라는 얘기다.
즉, 이런 이유로 몇 년에 한 번씩 경기가 얼어붙었다가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기 마련이니 그 과정에서 누구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불경기에 저평가된 자산을 싸게 사들였다가 호경기에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경기는 순환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은 금융위기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 원리만 이해한다면 큰 흐름을 타고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기초를 쌓았다고 볼 수 있다.
미시적인 투자 가치판단은 개별 주식이나 특정 아파트 같은 개별 부동산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적정가격을 판단하는 것이다. 연재 초반에 ‘☞탈출 요건 : 노동소득 의존줄이기’에서 언급했던 대로, 주식이라면 꾸준히 돈을 잘 벌어들이는 산업의 경쟁우위를 지녔는지, 경영자가 경영은 잘하는지 등을 고려해 최대한 쌀 때 사는 능력을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또 부동산이라면 투자 유망 지역이 어디냐, 앞으로 가격이 오를 호재가 뭐냐(교통, 학군, 일자리 등), 좋은 입지란 무엇이냐 같은 것을 배워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투자는 우리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서 이제는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투자는 그러므로 더 이상 외면해서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저 어떻게 해야 더 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익혀야 할 과제일 뿐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여러 제도적 문제들을 놓고 불평하거나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불평이나 비난을 그저 말로만 그쳐버리고, 불평하기 전과 똑같이 노동소득에만 의존해서 살아가는 인생은 몹시 힘들다. 투자를 배우고 익히느라 노력하는 것도 물론 힘들다. 하지만 그 결과는 편안할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에는 항상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댓글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자금력 딸리는 개미들이 투자해봤자 돈만 날리고 패가망신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나 또한 그동안 기자생활 하면서 썼던 많은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숱하게 목격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투자할 수 있는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