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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Aug 12. 2019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빚

학자금대출부터 카드론, 마이너스통장, 돈 빌려준다는 숱한 TV광고들. 빚이 흔하고 친숙해진 시대다. 하지만 다 마케팅의 술수다. 빚은 친해지면 안 된다.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서 쓰다보면 그게 빚인지 체감도 잘 못한다. 예전에 어느 후배가 내게 마이너스통장이 생기니 지갑이 하나 새로 생긴 것 같다고 얘기하기에 빚 무서운 줄 알라고 잔소리를 해준 적이 있다.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은 우리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 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자 총액에 해당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물론 주택 구입처럼 수억 원이나 해서 일시불로 결제하기 힘든 경우에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때도 규모가 적당해야 한다. 빚이 과도하면 인생의 족쇄가 된다. 세상이 우리를 괴롭혀서 당장 사표를 던지고 싶은 순간이 와도 빚과 이자를 갚아나가려면 월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눈 밑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흘러내린 얼굴을 하고도 꾸역꾸역 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 

'빚'이라는 족쇄를 언제까지 달고 다닐 것인가 ⓒpixabay 


예전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길 가던 시민들과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느 은행원에게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질문을 했더니 그 은행원이 “대출을 많이 받으면 된다”고 대답한 것을 봤다. 대출을 갚으려고 힘든 일을 꾹 참으며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된다는 것이었다. 딱 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 재직한다는 행위 자체에만 주목하는 해법일 뿐이지, 그 빚을 짊어진 사람이 빚을 갚을 목적으로 회사에서 괴로운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힘들고 싫어도 꾸역꾸역 출근을 한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인생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싶으면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집 사기 전에는 가급적 자동차 없이 살기를 권장하는데, 특히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동차는 꽤나 감성적인 소비품이라서 특별히 차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차는 차일 뿐이다. 차의 본질은 이동수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요즘엔 쏘카나 그린카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도 대단히 편리하다. 필요할 때만 잠깐 빌려 탄다면 본인이 직접 차량을 유지한다면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할 연간 보험료, 기름값, 세차비, 주차비, 엔진오일 교환비, 부품 교체비 등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다. 


대출 없이 사는 인생이 가장 편안하지만 주택 구입처럼 수억 원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대출 없이 힘든 경우도 있다. 대출과 관련해서 기억할 것은 주택 담보 대출 이외의 모든 빚은 최대한 없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이라도 최대한 적게 받을 수 있으면 좋다. 받더라도 집값의 30% 이하가 가장 좋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더라도 50% 이상은 받지 않기를 권한다. 주택 대출 갚느라 다른 투자를 전혀 못하게 되면 인생이 위험해질 수 있다.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피할 수 있으면 좋다. 단독주택, 빌라, 오피스텔도 잘 찾으면 훌륭한 주거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이니 능력이 되는 분들이 투자하는 것이라면 말릴 생각이 없지만 아파트만 쳐다보고 있다가 현실의 소중한 지점을 잃을 수 있다. 자칫하면 주택 담보 대출에 인생을 통째로 저당 잡혀서 노예처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빚을 우습게 여기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어느 틈엔가 거액의 빚에 허덕이는 모습을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숱하게 목격하기도 했다. 빚은 정말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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