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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아 Oct 29. 2021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더라


침대가 날 집어삼켜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떴다. 

내 의지에는 뼈대가 없어서 자신의 육체를 일으키기 것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한참을 못 들은 척하다 마음이 불편해진 후에야 겨우 침대에서 내려와 보일러 난방 버튼을 끄고 온수를 켰다.

괴로운 시기에는 그저 따뜻한 아랫목에서 무거운 솜이불을 덮고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그래서 온몸이 땀띠 자국 투성이다.

어제는 아쉬운 대로 두툼한 토퍼와 폭신한 솜이불에 불완전한 위로를 받았지만,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양은 되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이스팩으로 눈가의 열기를 식힐 때쯤에는 음정과 박자가 없는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도 완벽하게 일과를 마쳤다.

평소와 다른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거의 평생을 해온 일이니 당연하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제 일을 떠올렸다. 필사적으로 쓰고 있던 가면이 당신 앞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툭 하고 떨어진 일을 말이다. 내 민낯을 마주한 당신은 나를 위로하면서도 말을 잇지 못했고 나도 말이 나오질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서로를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평생을 함께해왔는데도.

비탈길을 달리던 마을버스가 심하게 덜컹거렸다. 나는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자꾸만 사방으로 몸이 튀어올랐다. 가면을 쓰고 있었다면 역시 툭 하고 떨어졌을까. 

내 세상도 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던 것을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문득 또 슬퍼져 생각을 멈추기로 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어제는 그제보다 덜 울었고 오늘은 지금까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오늘을 넘긴 시각이다. 새로운 오늘은 눈물 없이 잠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웃고 있을 것이다. 보라, 지금 슬픔에 휩싸여 글을 쓰는 와중에도, 더 괜찮은 문장을 쓰기 위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마지막엔 적합한 키워드를 찾기 위해 고민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참 재밌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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