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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집가장 Apr 19. 2024

2024년 1분기 소회

이것이 가장의 삶이라면

삼겹살 데이 나이를 갖게 된 올해. 1분기를 겨우 보내고 써보는 소회.

신년을 얼레벌레 맞이하면서 생일도 얼레벌레 맞이하게 된다. 올해 생일엔 엄마가 와서 오마카세도 같이 먹고, 플링크의 소금빵도 자랑했고, 화분도 선물 받았고, 집 정리도 당해버렸다. (엄마가 거의 5시간 동안 부엌 정리를 했으므로 제대로 불효했다고 할 수 있겠다) 집이 좁은데 버릴 건 왜 이렇게 많냐며... 예... 저도 모르겄네요... 암튼 석고대죄쇼까지 하면서 생일을 보냈다.


갈수록 편한 옷이 좋다. 지금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청바지나 면바지는 대부분 내게 크다. 큰 옷은 작은 옷만큼 불편하다. 바지가 줄줄 흘러서 밑위가 2메다고요. 그냥 사람이 바보 같아. 그래서 요가복을 입고 회사에 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무브웜은 정말 좋은 선택이다. 특히 무브웜의 배래 팬츠를 입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좌표 바로 알려드림)

소금빵을 또 먹었네... 무려 선릉의 르뱅룰즈까지 가서 소금빵을 먹었다.

사실 소금빵보다 단호박빵이 더 인상적이었다.


소금빵을 또22... 아마 눈 오는 날 혼자 플링크 가서 먹었던 것 같은데.

주말에 집에 누워 있다가 소금빵과 아이스초코를 와구와구 먹었다. 올해의 나는 약속 잡기에 완급 조절을 하고 있다. 특정 주차에 몰아서 잡고, 다른 주차엔 그냥 혼자 고립되어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에너지를 균일하게 나눠 쓰는 것보단 집중해서 쓰고, 아예 쓰지 않는 게 좋아졌기 때문. 특히 요즘은 사람이 감당 안 될 때가 많다. 내 기분에 맞춰 누군가를 만나고, 만나지 않고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는 주말을 두면서 회복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니 만났을 때 100%로 즐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집안일의 완결성을 생각하면 오롯이 혼자 보내는 주말이 좋은 것 같다. 이불 커버는 오전 일찍 세탁해서 오후 내내 말리고 저녁에 정리를 해야 하루 안에 일이 끝이 나지, 늦은 시간에 세탁하고 하면 그날엔 덮을 것이 없다. 많은 집안일이 그렇다. 작은 집 안엔 분절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브런치에 남기진 않았지만 독서는 부지런히 했다. 독서와 요가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화된다. 재밌는 책이든 재미가 없는 책이든 읽으면 무조건 이득이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독서는 어떤 방식으로는 남는 투자다. 어느 날은 약간 이른 퇴근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2권을 완독 때려버렸다. 독서는 역시 기세다...

와세다... 례... 완독의 보람을 느끼고 싶다면 sf 엽전 소설은 어떠신지... 막간 sf 영업


올해는 빨리 더워졌다. 그래서 좀 울적했다... 나는 열심히 풀무원 지구식단 먹고 텀블러 쓰고 자전거 타는데 날은 갈수록 더워진다. 이런 것에 쉽게 울적해지면 안 되는데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용기를 가지고 다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지난해 양양에 이어 10Km 달리기를 하고 왔는데, 나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 되는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원래도 청각에 굉장히 예민한데, 엄청난 인파가 함께 달리면서 지하차도에서 육성이 울릴 때 살고 싶은 마음에 뛰쳐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즐기던데 나는 이상하게 엄청난 중압감을 느껴서 달리는 내내 숨이 막힌 기분이었다. 앞으론 밀도 낮은 곳에서 뛰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jtbc 10km 또 접수한 나 뭔데... 인간은 쉽게 잊는다. 돌이켜보면 그냥 별 일이 아니었던 걸지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한 분기였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연말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일을 하면서 막막함과 불확실함을 느낄 때는 많지만,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이전에는 그런 미결된 기분과 마음들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잠도 잘 못 이뤘지만, 이제는 분리할 수 있는 고연차가 되었다. 과한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도록 한다.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면 어떤 방향으로든 확실해진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의 상당수는 내 탓이 아닌 게 많다. 이걸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마음이 쓰였다. 쓰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것이므로 지금에라도 요령을 터득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해의 25%도 잘 살아냈네요... 1인 가구의 가장 노릇을 하며 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견뎌내~ 내가 선택한 인생~ 씩씩하게는 못 가도 그냥 계속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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