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고 싶진 않지만
오늘도 힘들었다. 일의 양이 많거나 근무시간이 긴 것은 괜찮은 사람인데, 사람을 대할 때 솔직하지 못한 것은 참을 수가 없다. 모면하기 위해 무언가를 숨기는 일은 정말이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된다. 타의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계속해서 거짓말쟁이가 된다. 의외로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이라 이런 상황에 놓이면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업무만 생각해도 우울감이 최대치였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일까지 겹치니 오늘 오후엔 다이브하고 싶었다.
다이브 할 용기가 없다면, 빈야사를 해야 한다. 하타도 좋지만, 1초가 억겁 같아 부동의 자세로 무언가를 견딜 힘이 없는 날이다. 하타는 마음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날에 해야 하는 것 같다. 반면, 빈야사와 아쉬탕가는 비교적 분주하게 움직이고 더욱 동적이기 때문에 잡생각을 지우기에 좋다. 특히 유연성이 부족한 대신 약간의 코어를 자랑하는 나에겐 내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오늘은 특히나 오랜만의 빈야사라 기억에 남는 아사나를 기록한다.
"바시스타아사나" 이건 그래도 꽤 여러 번 했던 아사나인데, 오랜만에 하니까 팔힘이 쫙 느껴져서 너무 시원했다. 나는 뻣뻣맨이지만, 근력을 쓰는 것엔 비교적 자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한쪽 팔 혹은 다리의 힘으로 버티는 것을 좋아한다. (아래 사진처럼 쭈아악 일자로 펴지진 않음ㅠㅠ)
시르사아사나를 한 후 다리를 앞 뒤로 보내고 한쪽으로 허리를 틀어서 다리를 꼬아 '가루다'를 만드는 아사나(라고 생각)도 했다. 오늘 면 소재 상의를 입고 가서 그런지 땀이 질척거려 시르사도 평소보다 오랜 시간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아래 아사나를 도전해서 해봤는데, 이거 좀 더 집중만 할 수 있으면 멋지게 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에선 다리를 교차시키는 것까지 하지만, 오늘은 한쪽다리를 반대편 다리에 꼬아서 올리는 것까지 했다.
"간다 베룬다 아사나" 유지태 아사나라고 하면 될지... 지태헴 어떻게 그 큰 몸으로 이걸 해내신 겁니까.
다운독 스플릿에서 한쪽 다리를 든 채로 짜투랑가로 오듯 상체에 힘을 실어 다리를 냅다까라 들어 올리는 것인 것 같은데... 제가 될 리가 있냐고요... 특히 이렇게 턱을 대는 건 교정기 때문에 시도해보지도 못한다. 자빠져도 좋으니까 도전해보고 싶은 아사나인데, 교정기를 뗄 때까진 조신하게 참아보기로.
올해 여름엔 요가원대신 체육관을 다닐 거라, 집수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요가 디피카를 선생님 삼아 집중하고 열수련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또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고요.
선생님이 오늘 그렇게 말하셨다. 난도가 높은 아사나를 하려고 할 때 무게감이 느껴질 거라고. 그것은 내가 애쓰고 있다는 신호라고. 그때 반대로 마음과 몸을 가볍게 해보라 하셨다. 고난도 아사나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 수업에선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하고 아사나를 도전할 때도 있다고. 그러니 하지 못한 것에 의미를 두지 말라는 말씀이겠지. 그리고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한번 냅다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거라고. 가끔 얻어 걸리는 고난도 아사나들이 있는데, 오히려 깡으로 겁없이 덤빌 때 그랬던 것 같다.
어렵겠지만, 내가 애쓰며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오히려 힘을 빼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