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이 사진을 꺼내놓고 리스본의 지도를 다시 찾아보았다. 리스본은 언덕이 많다, 고 쓰려다 과연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지도로는 알 수가 없었다. 언덕에도 빽빽이 건물들이 들어서 그저 회색으로만 보였기에, 기억을 더듬어가며 여기가 언덕이었지, 여기도, 여기도, 이렇게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리스본의 언덕 또한 둘로 나뉘어진다.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한 부유한 이들의 터거나, 위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이들의 자리거나. 나는 신나게 뛰어 올라가며(혹은 내려가며) 이 사진을 찍었겠지만, 일매일 이곳을 오가야 하는 사람에게 리스본의 언덕이란 어떻게 보일까? 여행자여서 볼 수 있는 게 있는 만큼, 여행자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도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