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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Jul 24. 2023

에로틱 우정

1. 그 남자의 속마음은 투명하다.

전시장에 들린 그는 자신의 그림을 외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걱정에 빠졌다. 혹시 자신의 마음을 눈치 챘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는 순간,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 줄 때, 고마움보다는 오히려 모욕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시작된 걱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본인으로 인하여 모욕감을 느꼈을 그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그가 선량한 사람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에 찬 것이며,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위선이 숨겨져 있고, 고결한 정신 속에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숨어 있는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자신이 부족한 사람인지를.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그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더 깊은 곳으로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깃들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문장을 모티브로 에로틱한 우정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와 이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찾으려는 남자와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로, 유성페인트 & 테레빈유 & 오래된브러쉬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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