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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Nov 22. 2022

주례와 신부

5. 나만의 공간

사진출처 : 예스24 구글이미지

어쩌면 남성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못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의 언어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책을 통하거나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저도 그렇고요.


엄밀히 말하자면, 여성도 여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마틴 스코세이지의 과거 어록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는 말이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너무나 창의적인 두 사람이 만나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결혼은 동시에 분쟁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는다면 가능할까요?


그런데 부부싸움을 해도 절대 각방은 안된다고 말씀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주례의 입장에서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신혼부부라면 다투고나서 서로 토라져 있어도, 침대에서 살짝 스치는 상대의 옷깃만으로도 욕정을 못참고 서로 부둥켜 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곤 다음 날 언제 그랬냐며 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결코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 사랑을 나눈 후 진정된 마음으로 갈등의 문제를 다시 꺼내어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각방이 필요없다는 말에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냥 묻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로 다시 다투게 됩니다. 과연 언제까지 싸우고나서 서로를 부둥켜 안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각방을 쓰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각방이 길어지는 걸 염려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 때문이겠죠. 하지만 친구나 지인이라면 모를까 부부에게 사용할 말은 아닌듯 싶습니다.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몸모다 마음이 우선 아닐까요. 마음이 멀어지면 몸이 가까워진다 하더라도 생활을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선섹후사'가 염려스럽습니다. '선섹후사'란 말을 처음 듣는 분도 계실지 모르니 설명을 드리자면 '먼저 섹스를 해보고 사귄다'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마음보다 몸이 먼저인 현상이죠.

몸이 마음보다 먼저라고 배우고 결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저도 이미 꼰대가 된 건지.


다시 주제로 돌아가면 저도 대화를 단절한 채로 각방을 사용하는 방법을 권하는 건 아닙니다. 마음의 불편을 덮고 지나가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해결 대신 각방을 사용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진지하게 다시금 서로를 돌아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요. 결혼생활은 부둥켜 안고 있을 수 없는 시간이 대부분이니까요. 


부딪히고 싶지 않아도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현실의 결혼생활에서는 잠시 서로에게서 떨어져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상대를 바라볼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곳이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심오한 의미의 '자기만의 방'은 아니더라도, 각자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꼭 필요합니다. 비단 물리적인 의미의 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에게 전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함께하기 위한 연습을 위해 싸우기 전에, 서로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오늘, 각방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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