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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Nov 07. 2022

주례와 신부

4. 배웅


2021년은 전년과 비교하여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평균으로 다가가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가 없는 날이 단 하루도 없습니다. 여기에 교통사고를 포함하면 매일 10명 이상이 사고로 사망을 하는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고령 사망자를 비롯한 모든 경우를 더할 경우 2021년 사망자 수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로 역대 최고인 30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1년 내내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820여명이 사망한다는 말입니다.


이제 누군가 떠나 보낸다는 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다만, 이태원 참사로 마음이 아픈 지금, 죽음의 이야기를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살다보면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은 일로 다투기도 하고 큰 문제로 언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간혹 부부싸움을 해도 각방은 안된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충분히 귀담아 들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리 쉬운 방법은 아닌 듯 싶습니다. 특히 침대가 하나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문 한두개 정도 사이로 잠시 떨어져 있는 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부싸움 후 각방이 안된다는 약속보다는 다른 약속을 권하고 싶습니다. 바로 다음 날 현관에서의 출근길 '배웅'입니다.  

아무리 싸웠다고 하더라도 집을 나서기 전에 서로 안아주는 '배웅'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그 포옹이 마지막 포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근이 아니더라도 문 밖에 나가기 전에는 포옹을 하거나 최소한 눈이라도 맞추고 '잘 다녀올께'라는 말 한마디 나누고 헤어지는 건 어떨까요. 며칠 전 많은 젊은이들이 이태원에 갈 때 마지막 인사는 꼭 나누었기를, 뒤늦게 간절히 바랍니다.


들어오는 건 모른 척 하더라도, 나가는 건 꼭 아는 체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는 안해가 자동차 열쇠를 깜빡하고 나가는 덕분에, 고맙게도 안해를 두 번 '배웅' 하였습니다.

(안해는 제가 발음이 비슷하다는 핑계로 아내를 부르는 말입니다. 집 안의 해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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