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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Oct 29. 2022

주례와 신부

3. 타인의 시선

                                                                                          출처 : 구글이미지

사랑에 빠진 경우에는 배우자의 어떤 행동도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를 현대과학에서는 뇌의 화학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평소라면 불편했을 행동마저도 귀엽거나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화학적 반응은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뇌에 동일한 대상에 대한 반응과 관련하여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닐에틸아민을 생성하고자 새로운 대상을 찾아 떠나지 않습니다. 때때로 그 유혹에 빠지기는 하겠지만, 설렘 대신에 익숙함과 안정감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이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익숙함과 안정감이 시각의 불편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옛말에 '몸이 열이면 눈이 아홉'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감각기관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고 하니,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하나님조차도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아다고 말했을까요.


페닐에틸아민을 제거하고 위의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 모습이 귀엽거나 멋지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여성은 사진 속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거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각에는 욕망과 권력까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 속의 연예인은 대한민국의 평균을 상회하는 능력자입니다. 예시를 위한 사진이니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타인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시각이 타인을 판단하는데 우월한 기능을 하는 시대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성형을 하거나 몸짱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면서 정작 함께 살고 있는 타인의 시선에 무감각한 건 무엇때문일까요?

아마도 가족을 타인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전편에서 이야기 했듯이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입니다. 그 말인 즉, 타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타인인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25년의 결혼생활동안 런닝팬티 차림으로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을 배우자에게 단 한번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가능한 단정한 옷차림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아무리 자신을 관리하더라도, 부부가 되어 한 공간에 살면 조금은 부족하고 추한 모습을 끊임없이 들키고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미적감각의 만족을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혹자는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지 타인의 시선이 무엇이 중요하냐 되물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병철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으로 존재함은 단순히 자유롭게 존재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으로 존재함은 자신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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