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서 사는 우리가 경험하는 특징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
아마 모두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한 번 쯤은 들어봤었던 말일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정말 지겹도록 부모님께 들었었고, 솔직히 공감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공부를 포함해서 그 어떤 일이라도 정해진 때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맥락에서 저 말이 나왔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너는 시행착오 없이 가고싶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야." 공부를 안해서 수능을 망치게 된다면 재수를 하면 된다. 그래서라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되겠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허비하게 된다. 물론 재수를 하면서 얻게되는 경험이 전체 인생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학'이라는 목표만 놓고 봤을 때는 시간의 허비가 맞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다면 쓰지 않아도 됐을 시간이니까.
우리는 한명도 예외없이 '시간'이라는 것 안에서 살고 있는데, 이 시간이라는 개념은 참 재미있다. 내가 어떻게 기준점을 잡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것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시간을 나눌 수 있다.
1. 하루 단위 : 오늘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잘 끝내자
2. 일주일 단위 : 이번 주만 지나면 주말은 다시 온다
3. 한 달 단위 : 이번 달 중요한 프로젝트는 뭐가 있더라? 7월만 잘 넘기자
4. 일 년 단위 : 올해 나는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얼마나 성장을 했을까? 성과급은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같은 시간의 흐름을 살고 있지만, 기준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굉장히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짧은 단위의 시간에서 내가 중점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과, 긴 호흡의 기간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은 분명하게 다르다. 비단 직장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마주하는 시간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기준점을 잡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몇 달을 기다렸던 면접을 준비하는 상황, 거의 1년에 한 번 보는 친구와의 약속,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준비 등.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해서 각 개인들이 가지는 무게중심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각 상황들에 대해서 일반적인 시간들보다 더 힘을 많이 주는 시기가 바로 '타이밍'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집중하는 1년의 시간이 바로 타이밍이다.
썸을 타던 상대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하는 5분의 시간이 바로 타이밍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3일의 시간이 바로 타이밍이다.
내가 구상하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N년의 시간이 바로 타이밍이다.
각 사람마다, 그리고 각 상황마다 '타이밍'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공통적인 부분은 그 '타이밍'은 내가 살아가는 다른 시간들보다 밀도가 훨씬 짙으며, 놓치게 될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을 제물로 바쳐야 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들의 의도는 아마 이러한 개념들과 밀접하셨을 것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어떤 종류던 간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해당 시간의 단위에서 내가 캐치할 수 있는 '타이밍'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타이밍은 이성적으로 판단되는 것 보다는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알려주거나 내가 찬찬히 생각하고 고민해서 행동하기보다는, '내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그러고 싶어서' 중요한 시간을 밀도있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던 것과 같이 '타이밍'을 놓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한 표현은, 괜찮다기 보다는 대안은 언제든지 있다.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수능을 망치면 재수를 하면 되고, 사귀자고 고백했다가 차이면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면 된다. 중간고사를 망치면 기말고사를 더 열심히 준비하면 되고, 사업을 준비하다가 계획처럼 안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확실한 건 인생에 정답은 없고 정해진 길은 없으니까, 꼭 최단 거리가 아니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주위에서 '타이밍'을 놓쳤다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위로를 해주고 싶다. 나이먹어서 못하는 건 키즈모델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