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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Oct 16. 2020

둘째가 100일이 되던 날,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독일 이민에 도전한 부부 이야기, 프롤로그

한국에서 10년이란 세월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중간, 기말고사, 전국 모의고사, 방학특강 등 빼곡한 스케줄에 치여 주말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풀로 강의를 달리며 살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첫째가 태어난 후에도 이어졌다. 첫째가 6개월이 되었을 때, 다시 강단으로 복귀했고 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돈 빵빵하게 챙겨드리며 전투적으로 사는 내 삶에 만족했다.“난 할머니가 되어서도 도시 할머니로 살 거야!" 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니까.


신랑도 마찬가지였다.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던 남편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학부시절 가장 관심 가졌던 분야의 부서에서 인턴을 하고 1지망이었던 그 부서에 배치되었다. 운이 매우 좋은 케이스였다. 빼곡한 스케줄로 힘들긴 해도 적성에 안 맞아 힘들거나 좌절한 적은 없었다. 외국에서 살 생각은 평생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결혼한 지 일 년이 되었을 때, 작은 아파트를 구매했다.

결혼과 출산을 일찍 한 덕에 또래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는 기분이었고 이대로 맞벌이로 돈 벌면서 안정을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한 마음으로 독일 이민을 결심했다.





퇴사를 하고 풀 인테리어를 하고 2년을 채 살지 않은 집을 팔고, 가구도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둘째가 100일이 되었을 때, 캐리어 4개와 유모차 하나를 챙겨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다시 0부터 시작했다. 독일에서 첫 1년은 언어, 취업 등 자리 잡기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이제 독일 시골에 자리잡아 180도 다른 삶의 패턴과 태도를 갖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지만 이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자연에서 천천히 사는 법도 배우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아보며 살고 있다.


무엇보다 사는 게 재밌다. 새로운 도전, 환경에 놓이는 건 약간의 스트레스와 동시에 삶에 많은 생기를 더해줬다.


한 번 사는 인생 우린 이렇게 살기로 했다.


10년 후, 혹은 그 이상의 미래에 우리 부부의 삶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그게 어떤 모습이든 기대하는 마음의 여유 또한 생겼다.




처음엔 블로그에 독일 이민 초기 정착에 대한 소소한 팁들을 공유하면서 우리 부부와 가족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정보성 포스트보다 의외로 우리 부부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들이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 해주셨고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통해 우리 이야기를 브런치에 연재할 용기를 얻게되었다.


이민 정보는 사실 시시때때로 수정되고 바뀌어간다. 1년 전에 내가 경험하고 수집했던 정보가 곧 적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혹은 누군가에겐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은 실시간 커뮤니티나 확실하게는 그 나라의 이민 전문가에게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에서는 당장 바뀔지도 모르는 정보 대신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을 담고 싶었다.


초기에 충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문화적인 차이, 아직 독일에선 견고한 체계인 집 구하기 등의 난제들, 이런 것들이 우리 가족의 에피소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더불어 나만 알기 아까운 독일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지혜들 또한 함께 나누고 싶다. 함께 독일 정착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느껴주시길, 그리고 우리 부부의 삶을 통해 어떤 모양이든 희망을 얻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연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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