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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l 22. 2024

나아지질 않아

오픈된 자리로 옮기면서 pc용 보안 필름과 노트북용 보안 필름을 각각 구매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옮긴 거니 물론 법카로 샀다. 


출근, 딴짓, 계속 딴짓, 업무 강도로 치면 레벨 0에서 1 사이의 일 같지도 않은 일 잠깐 하는 척한다. 이마저도 빨리 해치워 버리면 종일 아무 것도 할 게 없기 때문에 아껴서 한다. 계속 딴짓. 보안 필름 붙였지만 뒤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엑셀창 띄웠다 닫았다 한다. 


시간이 안 간다. 정말 너무 심하게 안 가. 9시 반부터 10시 50분까지가 1차 고비다. 11시만 넘으면 어떻게 점심시간 바라보며 버티겠는데 1차 고비 타임엔 졸려 죽겠다. 사람이 할 일이 없으니까 기운도 없고 졸리다. 


2차 고비는 점심시간 후 퇴근하기까지의 모든 시간이다. 약 4시간. 별자리 운세 검색도 하고 (그노무 별자리... 마흔이 넘은 지금도 별자리 운세에 울고 웃는다) 부동산 카페 한번 들어갔다가, 사람인-잡코리아-원티드 순으로 한 바퀴 돌아준다. 


검색창에 내 직무를 친다. 이거다 싶은 공고는  없지만 하루 평균 2개씩은 지원하는 거 같다. 유일하게 열의가 넘치는 순간이다. 하루 중 유일하게. 


사람이 좀비가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은 신점 보러 갈까 생각했다. 가서 정말 물어보고 싶다.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 다녀야 하나요? 계속 다닐 수 있나요? 좀 더 버티면 다른 길이 열리나요? 


미래가 궁금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3개월 뒤의 내가 너무 궁금하다. 앞으로 3개월 더 버틸 수 있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고립된 상태로.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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