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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월 Jun 06. 2019

인생살이와 네비게이션

결혼과 직업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지난 월요일 학술 행사 사전 답사차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다녀왔다. 실제 여행 일정과 같게 하려고 오전 7시 30분에 서울 양재역에서 출발했다. 영주는 처가가 그 쪽이라 자주 가는 길이다. 하지만 워낙 길눈이 어두워 평소처럼 T-Map 을 켜놓고 출발했다.

양재역에서 길 안내를 받으니 207km, 소요 시간 2시간 50분 예정이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린 시간을 제외하면 예정 시간에서 단지 5분 차이로 도착했다. 종종 느끼지만 네비게이션의 예측 시간 정확도는 참으로 신기할 때가 많다. 운전하는 내내 주변 풍광을 살피고 여러 차례 차선을 바꾸며 많은 상념을 떠올리며 가는 길인데, 결과는 T-Map이 예측한 시간에서 5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T-Map이 무슨 알파고도 아니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매 순간 운전 속도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 많아 보여도 운전자의 주행 시간대와 특정 고속도로 같은 중요 변수만 정해지면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활용해 상당히 정확한 추정이 가능 듯 싶다.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근심하고 혹시라도 남보다 뒤질쎄라 하루하루를 다투며 살아간다. 하지만 실은 이미 도착 시간이 예정된 인생 길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자동차에서 출발 시간과 고속도로가 대세를 결정짓는 기본값이라면, 개인의 인생에서는 아마도 20~30대에 선택하는 직장과 배우자가 그런 변수였던 것 같다. 내 주변 경험만 놓고 보면 젊은 시절 배우자와 직업이 정해지면 대다수 사람 은퇴  삶의 수준도 그 영향권을 벗어 나지 못했다. 물론 중간에 자녀라는 큰 변수가 하나 더해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초년에 정해진 변수에 따라 노후 행복 지수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요즘은 결혼관과 직업관이 많이 달라졌으니 앞으로는 중요 변수에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와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그다지 큰 차이는 없을 듯 하다. 암튼 젊은 시절 부딪치는 많은 일 중에서 인생사에 정말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은 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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