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는 왜 글을 쓸까?
나는 왜 굳이 책을 낼까?
"글이 해석하는 일이며,
책으로 엮어내는 일은 삶의 이론을 만든다." 라고 나는 말한다. 그러나 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홍성사)의 프롤로그에 언급했듯,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전적으로 상대의 생각에 귀 기울여보려는 의지 없는 이 앞에서 내 말은 언제나 막히고 만다. 분명 틀린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조차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한다. 싸움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거나 피한다. 글과 책은 다르다. 글을 향해, 책을 앞에 놓고 글 쓴 이를, 책의 저자를 면전에 놓고 반대할 수 없다. 그래서 글을 마칠 수 있고, 책으로 엮는 일을 끝낼 수 있다.
글, 혹은 책을 읽는 이 역시 어쩌면 틀렸던 자신의 생각을 들키지 않고,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책을 통해 나의 틀림을 발견하며 나를 넓혀 왔다.
절대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거기에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가 있고 그 외의 관계들도 있다. 이럴 경우 자신의 속내를 진심을 담아, 적절한 표현으로 편지 형식, 혹은 그 외의 글로 전달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이 경우 글을 쓴다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는 일이라 하는 게 맞겠다. 생각을 말로 드러내는 순간, 바로 그 말이 얼마 전 내가 꺼내놓은 다른 말과 모순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는 서로 다른, 말로 표현된 그 생각들을 조정하며 나를 통합한다. 어느 것 하나를 버리거나, 그것 모두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을 만든다.
성장?! 혹은 성숙?!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