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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진 Sep 23. 2020

어느 여름날의 등산

누군가와 만나기로 하면 그 사람에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 달라지는데 유진 언니와는 건강한 것들을 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술을 함께 마시더라도 그 시간이 건강하고 단단한 느낌. 그래서인지 내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마다 더욱 언니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요즘 등산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서울에서 등산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망설여졌다. 그래서 한라산 등반 메이트였던 언니에게 이번 만남은 등산을 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땀을 흘러서인지 초보자 코스라고 알려져 있는 아차산 등반이 우리에겐 참 어려웠다. 특히나 한라산도 앞장서서 올랐던 유진 언니가 탈진이 왔다. 재택근무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 저하가 이유였던 것 같다. 항상 건강했던 언니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간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어느 역술가가 유진 언니에게 어떤 일이든 혼자서 잘 해내고, 모든 것들을 혼자 짊어지기 때문에 종종 외로울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언니에게 때로는 덜 씩씩하고, 가끔은 주저앉기도 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언니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받는 대신에 등산을 가자고 자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오랜만에 땀을 흘러서인지 내 몸에 있었던 부정적인 것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과 같이 개운했다. 이 맛에 등산을 하는 거였는데 잊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어느 유튜버님이 사람은 성장을 하지 않으면 잘 살기 어려우며,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는 본인 스스로 성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영상을 봤는데 많은 생각들과 성찰을 할 수 있었다. 2020년 남은 하반기의 버킷리스트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목표들을 세웠다. 

유진 언니에게는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나에게는 '나를 위한 성장'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건강한 에너지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산하면서 먹었던 막거리의 첫 잔의 감동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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