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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진 Oct 29. 2020

발치

최근 가장  이슈는 미루고 미루던 치아를 발치  일이다. 작년에 사랑니를 발치하면서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선택지의 어느 것도 택하기가 어려워 모른체하고 말았다. 결국 상황이 더욱 심해졌고, 선택지는 없었다. 치과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상담을 받고 발치를 위해 치료 의자에 앉았다.  나이에 치과에서 울었다고 하면 다들 웃겠지만 나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또륵 또르르 하고 울어버렸다. 아플 거라는 두려움보다는  과정을 상상하다가  장면이 연상되면서 겁을 먹은 것이다. 발치  다른 생각을 하려고 생각에 생각을 덮여갔고 생각이 고갈되었을 즈음 드디어 나를 애먹이던 어금니가 발치되었다. 앞으로 임플란트라는  산이 남아있지만 일단 당장의 고비가 끝났음에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사이 정도  법한, 노는 것을 좋아하고 겁이 많은, 그런 아이  모습 그대로인  같은데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일은 눈물을 쉬이 보이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남에게 쉬이 보이지 않는 일이라는,  힘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 나는 어른으로서 쉬이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은  같았고,  의연했다고 생각하며 몸에 힘을 풀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에 카톡을 썼다가 걱정하실 모습에 지웠고, 그저 엄마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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