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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킨모임 배진호 Jan 08. 2020

네가 오는날 쓰는 편지

아빠가 아들에게 남기는 글

아들아 오늘은 세상이 뒤집어진 날이란다.


이 날은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

오늘의 이야기였는데

어제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이야기.


겨울 2020년 1월 7일.

그래도 2019년 12월생은 아니라

애써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지...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렸고

겨울에 눈이 올 법도 한 날이 었는데

비가 많이 내린 날이었어


아빠와 엄마는 생각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

네겐 늘 미안하지만 아마

조금 더 네게 뭔가를 더 주기 위해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들을 보내고 있었는가봐.


네가 세상에 조금 더 먼저 나오고 싶었는지

문득 예정일이 맞긴했는데 양수가 먼저 터져버렸단다.


그래서 어쩌면 아빠가 없을때 엄마가 산부인과에 가지 않아도 되었어.

조금은 덜 급박하게 집을 바리바리 싸서 병원으로 향했지

근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비도 오고...

엄마는 아침을 먹고 싶어했단다.


그래도 최후의 만찬같은 느낌으로 말이지.

근데 그 만찬은 결국 먹지 못했어. 양수가 터지면

널 빠르게 낳아야하니까.

결국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지.

널 바로 만날 수 있을줄 알았지.


산부인과는 멀지 않았어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

택시를 타고 5분만에 올라갔어.

짐은 산더미 처럼 많았어..

엄마는 널 낳을 생각에 기뻐하기도 했지만,

아파하기도 했단다.


2020년 1월 7일

널 낳을 생각에 설레발친 시간.

유도분만이라는걸 했는데

이 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이었지

12시가 넘을때까지 네가 오지 않았어


그 사이 아빠는 여러가지 준비물들을 챙겨서

집에 다녀왔어.

면봉, 가그린, 립밤, 노트북, 콘센트

이것저것 챙기고 다녀왔지.

아빠는 많은 생각을 했어

아빠의 아빠는 어땠을까.

아빠의 엄마는 어땠을까?


세상이 바꼈어.

아빠는 아들이었는데, 이제 아빠가 됬거든

이제 아들은 아빠가 생겼네.


2020년 1월 8일이 되었어.

엄마의 열혈 투혼...

엄마가 아파하기 전 모습이야...

양수가 터진지 12시간.

아직도 네가 나오지 않아서

엄마는 큰 결단을 해야했어.


널 자연스럽게 낳고 싶었는데

이제 널 수술해서 낳기로 결정한거야...

간호사 선생님이 머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왔고

양수도 먼저 터졌고,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서...

그리고 엄마가 너무 아파해서 결국

수술하기로 했단다.


엄마는 널 이렇게 아픔속에서 낳아주고 있어.

아마 부모님들도 우리들을 이렇게 낳아주셨겠지.


엄마의 아픔을 대신 아파줄수 없어서

아빠는 매우 무력감을 느꼈단다.

엄마는 매우 고통스러워했어 ㅜ

이 진통이라는걸 평소 너무 몰랐었나봐....


널 너무 보고 싶다.

그리고 너의 첫 모습을 찍어서 남기려고 해.


아마 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가 될꺼야

엄마에게도 사랑받고

아빠에게도 사랑받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꺼야

넌 축복받은 아이야.

그리고 앞으로 미래를 바꿀 아이야.


꿈이야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분명 두려움과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순간들이 올꺼라고 생각해.

아빠도 여전히 아빠가 된 순간도 두려움의 연속이야.

그렇지만 두려움 속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들에 대해서

네게 보여주려고 해.


나의 빛이 되어두렴.

그리고 아빠도 너의 빛이 되어줄께..

빗소리가 울린다. 빗소리에 여러가지 기억들이 떠올라.


오늘은 너의 날이란다. 이제 내 생일보다

네 생일이 더 중요해지겠지.


생일 축하하고 평생 아껴주고 사랑할께.


사랑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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