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
스페인어로는 Los 33(33인의 칠레 광부들)인 이 영화는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광부들은 매몰된지 69일째인 10월 13일 33명 모두 전원 구조된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
2010년 8월 5일, 칠레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던 중 33명의 광부가 지하에 매몰되었다. 광부들은 모두 땅 속에서 69~70일 동안 생존해있다가 2010년 10월 13일 바깥으로 구출되었다. 첫 구조자는 2010년 10월 13일 0시 10분에 구조 캡슐 페닉스 2(Fénix 2)에 실린 채 구조되었고 최종 구조자는 21시 55분에 구조되었다. 산호세 광산은 칠레 북부의 코피아포에서 북쪽으로 4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이다. 광부들은 구부러진 수직 갱도 입구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지하 약 622미터 지점에 매몰되었다. 이 광산은 불안정하여 예전에도 한 명이 사망한 산업재해가 있었다(Wikipedia 참고).
칠레와 구리?
칠레는 남미에서 유럽의 색채가 매우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스페인의 페드로 데 발디비아에게 처음으로 정복된 후, 40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도이고 산티아고(Santiago)는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가 밀집해 있는 과밀도시이다. 산티아고에는 헌법광장이 있다. 대통령궁인 모네다궁 북쪽에 있는 헌법광장에는 칠레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한 네 명의 대통령 동상이 동서남북으로 있다.
그 중 아옌데의 동생이 매우 인상 깊다.
아옌데(예전 이사벨 아옌데의 소개에서 나왔던)는 구리 광산을 국유화하여 지배집단과 미국에 맞서 가난한 칠레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대통령이다. 칠레는 세계 최대 구리 광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39%가 남아메리카에 몰려 있다. 구리는 전도성과 연성이 뛰어나고 가공이 쉬워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반도체 배선 원료, 송전 설비 등 국내 전자산업 분야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원자재다. 지난해 여름 라틴아메리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조업을 제한하면서 구리 가격이 치솟았다.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33인, 살아내다.
광부들이 살았다. 땅은 무너졌는데 지하 700m 구리광산 광부33명은 그 안에서 70일을 견뎠다. 매우 절망적 상황에서도, 광부들의 단결, 조직력, 인내, 유머, 재치의 힘등이 희망을 현실로 바꾸었다.
사람보다 구리가 소중했던 자본의 힘도 광부들의 인내에 고개를 숙였다.
영화를 보며,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었던 아옌데와 그를 죽인 독재자 피노체트, 피노체트를 이어 대통령이 된 피녜라를 기억했다. 아옌데가 지금 살아서 이 광부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어떤 위로를 건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업반장 우르스아는 70일을 평등과 규율로 33인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지상에 올라, 대통령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에, 당연해서 슬펐다. 칠레 대통령은 광업과 건설, 교통, 농업, 수산업 등에 새로운 노동안전조치를 발표할 것을 약속했다. 광부들은 우리에게 적지 않는 교훈을 던져준다. 단결을 통해 보여준 그들의 지하생활은 단순하게 매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도 불편하고 고단한 우리들의 일상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700m 지하에 갇혀서도 파블로 네루다의 글을 읽으며 견뎠다. 칠레 노동자들이 사랑한다는 시인 네루다, 그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잡혀가는 위험 앞에서도 당당하게 생을 마감했다.
"당신들(피노체트의 군대)에게 위험한 것이라고는 이 방에 단 하나밖에 없네."
장교는 깜짝 놀라며 권총에 손을 댔다.
"그게 뭡니까?" 그것은 바로 "시 라네."
생존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17일간이 고비였다고 한다. 48시간에 한 번씩 두 숟가락 분량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구조 작업이 시작되고서도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체중이 불어날 경우 탈출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광부들간 갈등을 그리기도 했지만 진정한 단합과 형제애에 중심을 싣는다.
리더십은 무엇일까?
리더로서 어떤 일을 맡아 할 때, 온통 머릿속이 무겁다.
모든 사람의 입 맛에 맞추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며,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몸소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시긴 했는데, 눈이 어두워서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때가 더 많다. TV나 책을 찾아 보면, 리더로서의 성공한 사람의 예를 따라하면 된다고 설명하는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이 될까?
요즘 '갈등'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갈나무(칡)와 등나무가 얽힌 모습으로 만들어진 이 단어, '갈등'.
어쩌면 리더란 진정한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이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3인의 리더 우르스아는 내게 참 멋진 사람이다.
나머지 32명의 내적, 외적, 개인적, 사회적 등 다양한 갈등에 부딪혀오는 갈등의 폭풍 속에서 함께 흔들리고 지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시간을 잘 인내하고 견뎌낸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 스스로를 낮추고, 꽁꽁 묶인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마지막으로, 칠레 광부들이 지하에 갇혀 읽었던 네루다의 시를 남긴다.
커다란 기쁨(La gran alegría)
나는 쓴다, 물과 달을, 변치 않는 질서의
요소들을, 학교를, 빵과 포도주를,
기타와 연장을 필요로 하는 소박한 이들을 위해 쓴다.
나는 민중을 위해 쓴다, 설령 그들의
투박한 눈이 나의 시를 읽을 수 없을지라도.
언젠가 내 시의 한 구절이, 내 삶을 휘저었던 대기가,
그들의 귓가에 닿을 날이 오리라,
그러면 농부들은 눈을 들 것이다,
광부는 웃음 띤 얼굴로 바위를 깨고,
제동수制動手는 이마의 땀을 닦고,
어부는 팔딱거리며 그의 손을 불태우는 물고기의
반짝거림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될 테고,
갓 씻은 깨끗한 몸에 비누 향기 가득한
기계공은 나의 시를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말할 것이다, ‘그는 동지였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며, 그것이 내가 바라는 월계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