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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지윤 Apr 04. 2022

마음 속 공간 하나

내가 나 답게 살기 위한 쉼표

어린시절 나는, 모든 것을 열어두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는 열어두고자 하는 마음 보다는 누군가와의 절대적 친밀감을 원했던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흔히 요구되는 겉치레와 같은 관계들과  이면에 오는 공허를 참아내면서 20대를 보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성장이고, 어떤 면에서는 낭비 같기도  시간었다.


배우자를 만나서 좋은 점은 그 공허의 구멍이 메워졌다는 것이다.

결혼의 장점을 결혼 직후부터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생각해 봤는데, 가장 큰 장점을 찾아낸 것이 바로 이 공허의 종결이다.(동시에 싱글이 느낄 수 있는 설렘이나 바램, 아련함,

그 비스무리한 감성도 종결이지만!!!!!! ㅠㅠ)


때로는 나 자신이 없는 것 같고, 생활이 너무 복잡한 것 같고, 자유롭게 뭐 하나 마음대로 사고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나로써는 절대적 친밀감과 맞닿은 결혼 생활의 장점이 참 마음에 든다.



결혼하기 전, 두 명의 여자들과 자취를 했다. 그 때 한 언니는 혼자 방을 썼고, 나는 친구인 룸메와 방을 같이 사용했는데, 항상 공간에 집착 했더랬다. 내 책상, 내 화장대, 내 옷장... 나만의 것들만 있어야 됐었고 내 의지와 목적에 맞게 진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룸메의 옷이나 신발도 잘 빌려다 쓰고는 했다.


지금의 내 생활은 그보다 어찌보면 비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내 공간이 없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곳에 나도 있고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두 자녀는 내 공간에서 술레잡기를 하거나, 점프놀이도 마구 해 대고, 화장대에 화장품도 마구 낭비하고 어질러 놓는다.


지금 나는 식탁에 아무렇게나 다리를 꼬아 앉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내 공간, 내 자리가 아닌 곳에서. 아니 어쩌면 이 곳을 벗어나야 진정한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내 공간, 내 자리가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는 것을.


지금도 그 때 처럼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성장이고, 어떤 면에서는 낭비 같은 나의 삶.

그 때와 다르게 지금은 마음 속 공간 하나에 쉼표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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