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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03. 2024

아이를 키우며 어린이미술을 새롭게 보다

마을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6.

2007년 5월22일(화)     



‘여러가지 방법의 미술활동'이란 주제로 현재 중구 은행동 이안과 건물 이안갤러리에서 지역아동센터와 원도심 아이들을 상대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전은복 선생의 오전강의가 있었다. 엄마들 스스로가 미술교육자로서 자신의 아이를 감성적으로 지도하고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름길로 안내하는 일을 하는 선생은 전직 미술교사였다.     



대중과 소통하는 박물관, 미술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새롭게 어린이미술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속에 있는 선생님, 선생님 속에 있는 엄마는 선생님이면서 엄마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선생님 역할도 할 때 아이에게 다가가는 마음은 더 가깝다. 선생의 경우 학교일을 병행하며 아이를 키우다가 아이에게 엄마가 없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것이 아이의 성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때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학교에 사표를 냈다.     



창의적이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정말 꿈일까?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실패를 절대 기다리지 않는 엄마들은 아이가 실패를 통해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길을 박탈한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문제집세대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에 대해 ‘종이호랑이를 만들어내는 교육'이라고 꼬집으며, ‘경제의 밑뿌리를 흔들고 있는 사교육이 풍부한 나라' 라고 한다. 그 배경에는 그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있다. 리브스의 우화 ‘동물학교'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너무 닮아있다.     



<동물학교>     

"옛날에 동물들이 학교를 세웠는데 수영과 달리기, 오르기, 날기의 필수과정을 만들어 모든 동물들이 이수하게 했다. 오리는 수영에 우수했지만 나무 오르기에는 너무나 느렸다. 그래서 방과후에는 과외를 받아야 했고, 그러다 보니 물갈퀴가 다 닳아버렸다. 토끼는 달리기는 잘했으나 수영점수가 형편없어 많은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야만 했으므로 다리에 신경통이 생겼다. 다람쥐는 오르기에는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였으나 날기에서 부족하여 항상 좌절을 맛보았다. 독수리는 날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문제아로 취급받았다."     


영상을 통해 본 아이들 미술놀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명왕 에디슨에게 엄마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엄마와 함께 실패를 극복했던 경험이 에디슨에겐 큰 자산이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21번째 전기를 발명하기 전, ‘왜 자꾸 실패를 할까' 가 아니라 ‘나는 20번의 안 되는 경우를 발견한 거야'라고 말했다는 에디슨.     

실수로 아이가 유리그릇을 깨뜨렸을 때, 엄마들은 어떤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까? 야단치면서 ‘니가 그렇지 뭐'라는 말로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혹은 깨진 유리를 같이 치우면서 날카롭게 깨진 곳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로부터 알게 하고, 유리는 깨지기 쉬우니까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할 것이다. 나는 어떤 모습인가.     

비닐장갑에 물감을 묻혀서 작업한 아이들 미술작품.

   

 

먹으로 그리는 자유화.  굵고 진한색, 물을 많이 섞은 색...먹 한가지로 열 가지 색을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의 실수나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에디슨 엄마는 에디슨이 실패하는 동안에도 계속 믿음을 줬다. 아이에게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기다리고 믿어준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해도 ‘엄마는(우리 식구들은) 네 편이라는 것'을 신뢰한다. 그리고 아이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가 첫 걸음을 걷기 위해 본능적으로 수없이 연습하는 것처럼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품어주고 기다려주고 가능성을 제시해주며 투지를 길러줘야 한다.     



마음껏 노는 일, 노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서 ‘물길어올리듯' 길어올릴 수 있는 추억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시를 더 잘 이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연극놀이를 하거나 놀이를 통해 자기표현을 하게 하고, 모래놀이 · 진흙놀이 · 물감놀이를 체험하며 더 깊은 호기심을 유도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가에서 컴퓨터 앞에서 놀 수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노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잘 놀지 못하고 대화는 단절된다. 마음껏 놀면서 놀아보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교육이다.     



끝없이 질문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의 성의있는 대답을 듣고 자란 아이에게는 내용이 있다. 아이의 물음에 엄마가 모른다면 책을 이용하거나 ‘같이 찾아보자'고 하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이때 아이는 책으로 연결된 길을 알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이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호기심이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확장해나갈 수 있다.     


(에피소드)

한글을 잘 안 쓰려고 하는 초등학교 일학년 아이가 있었다. 한글을 알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엘리트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공룡. 그래서 공룡으로부터 접근한다. 공룡한테도 엄마가 있고 아빠도 있다. 그럼 공룡엄마, 공룡아빠, 공룡동생, 공룡형, 공룡언니... 아이는 신나게 공룡식구들의 호칭을 쓰면서 자기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제는 뭘 더 해보라고 하기 전에 자기가 생각해낸 사물의 이름들을 공룡뒤에 갖다 붙여 써 본다. 생각을 키워주는 엄마나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은 요술처럼 자기 머릿속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동화같은 문장으로 나온다.     



미술(음악)을 잘 모르거나 친하지 않으면 문턱은 언제나 높다. 문턱을 낮추기 위해 내 주변세상의 경험을 먼저 알게 해보면 어떨까? 갑천 생태가 어떤지 알아보고 수목원을 천천히 돌아보며 역사유적을 찾으면서 마음 속에 큰 풍경이 자리잡을 때,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 삶을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아이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만나게 해주는 것, 가깝게는 이웃아빠들 하고의 만남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작품감상의 키포인트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생각하기다. ‘아하, 나도 작가처럼 해봐야지' 아이들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상상의 도구로 활용한다. 아이들은 세계속에서 주체성과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키워야 한다.     


어린이미술교육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후진상태다. 미술관은 공공의 일로 미술관에서 미술관교육수업을 해야 한다. 때맞춰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대전시립미술관. 시립미술관은 시민이 주인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시민에게 주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술관에 개발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전은복 선생은 공공도서관을 다니면서 ‘미술관 교육설명'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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