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7.
2007년 5월 21일(월)
오늘은 ‘어린이와 만화이야기'라는 주제강의가 있다. 강사로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사서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이숙경 반디가 강의를 맡았다. 독서지도사들을 대상으로 만화관련 강의를 하기도 하는 그가 말했다.
이숙경 반디
"도서관, 그것도 어린이도서관을 세우고자 교육하는 곳에서, 그것도 만화를 강의하게 된 데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386세대'의 교육에서 만화는, 지금의 만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요즘은 공공도서관 어린이실에 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30% 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해 한창 인기가 있는 ‘마법천자문'까지 내용은 거의 학습출판문화가 장악하고 있다.
맨 뒤쪽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박연화 반디(백일이 조금 넘은 '한라'를 안고 있다. 아기는 현재 고3이다.
우리는 어떤 아이가 만화 그리는 솜씨가 눈에 띄면 ‘넌 커서 만화가가 되겠구나.'라고 말하곤 하는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다. 정말 만화가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걸까? 만화는 그림과 플러스 알파로 이루어진다. 테크닉이나 기술적인 면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고 플러스알파 속에 내용이 있는 글과 아이디어(깊이가 있는 주제, 생각의 폭, 개성)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만화란 무엇인가. 이숙경 반디는 ‘소통(Communication)'을 얘기한다. 소통의 과정을 통해 열 번의 말보다 한 장의 만화가 소통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징성'을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만화가 들어간 컷을 금방 받아들인다.
한 예로 이런 그림 (�)을 보고 우리는 나, 너, 우리를 생각하게 된다. 만화가 갖고 있는 매력은 곳곳에 과장과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 한 권을 읽으면 문학책 2권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깜짝 놀랐다, 까무러칠 뻔했다, 뒤로 넘어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라는 말도 ‘허걱!' ‘헉!'이라는 짧은 음절로 된 만화에 익숙해지면 단순한 표현에 길들여지기 때문.
강의자료들. <쥐>의 붉은 겉표지가 인상적이다.
만화의 좋은 점을 차용한 책의 예에서 아이들이 볼만한 만화책은?
은은하게 재미있는 <미국에 간 땡땡>, 단순하지만 심도 있게 표현한 <콧구멍이야기>, 깊이 있는 주제로 나치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의 역사를 아들이 풀어낸 <쥐>, 그리고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등을 추천했다.
또 만화를 만화가 아닌 것처럼, 만화가 아닌 것을 만화인 것처럼 그려진 <기운 센 발> <꿈꾸는 뇌> 등은 제목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느낄 만하다고 했다.
북아트로 활용한 만화. 끈에 매달린 꼬마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명을 한다. 목소리는 장면마다 달리 할 수 있다.
만화로 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작업들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지루해하거나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비어있는 옆 칸에 그림으로 완성해 보기, 만화만 보고 이야기 지어보기(이것은 나중에 원본을 읽어준다.) 패러디, 숨은 그림 찾기, 내레이션(전래동화), 그림 연결시켜 그리기 등이다.
만화는 음악과 드라마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북아트'는 전문적이지만 접어서 자르고 인터넷을 활용하며 나만의 책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책은 아코디언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고 양쪽으로 하드보드지를 연결해서 한지를 붙이면 꽤 고급스럽다.
만화는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그럼 그림은 쉬울까? 일단 그려보자. 그림은 못 그리는 게 아니라 안 그려봐서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이숙경 반디의 속도감 있는 만화이야기, 높낮이와 강약을 잘 조화시키고 감칠맛 나는 목소리는 강의하는 두 시간 내내 반디들을 재미있게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