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9.
2007년 5월 28일(월)
또 다른 학교 ‘간디'
양희규 간디 교장.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아이는 천재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 못해요. 친구를 잘못 만나서(노력을 안 해서).' 천재가 되면 행복할까요? 아이들도 천재가 되길 원해요. 부모가 원하니까. 그러나 천재는 15세에서 20세쯤에 드러납니다. 그들은 사춘기가 오지 않습니다. 왜, 너무나 논리적이어서. 그리고 그들은 30대에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꿈꾸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요."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 선생님은 작은도서관을 만들기위해 모인 ‘반딧불터'가 고향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고향을 찾아가게 하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행복하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농촌에 어린이들이 떠나는 요즘, 도시는 마을 개념이 없다. 작은도서관은 새로운 의미에서 마을과 주민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간디학교'는 경북 구미에서 충남 금산(남이면 석동리)으로 이동했다. 그 이동과정을 영상으로 보면서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살릴 수 있는 학교를 새롭게 바라보았다. 간디학교는 국·영·수 과목이 선택이며 목공·농사·옷 만들기를 하고, 보고 듣고 체험하는 저마다의 타고난 솜씨를 개발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수능에 열을 올리는 일반의 학생들과는 그 의지가 다르다.
하지만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있다. 자신의 길을 자신이 결정한다. 누군가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 학생은 책을 찾아서 읽고 타율이 아닌 자율로 선택한다. 어떻게 하면 자기 발견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핵심이다. 교장은 자기주체와 주도성을 강조한다.
책 '간디'
교장 양희규 선생은 간디학교를 세우기 위한 계기가 책 ‘간디'였다고 한다. 2달러를 주고 샀지만 누군가 20억을 준다 해도 안판다고 말할 만큼, 진리의 가치와 노동하는 삶, 정신과 육체, 자립하는 삶 등, 간디학교를 만들어야 할 결정적 계기를 ‘간디'책에서 만난 셈이다.
행복한 교육을 위해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가 비폭력문화이다. 학교는 폭력적이다. 대화방식이 문화적으로 폭력의 분위기를 띄우며 항상 일방이어서 왕따가 생긴다. 가정 안에서도 오히려 가족들이 서로 가깝기 때문에 훨씬 더 폭력성을 띄기 쉽다. 세상은 절대로 공정하지 않다.
부모에게는 세가지 형이 있다. 과보호로 내 아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형, 부모가 주도하는 훈계형, 아이고민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으며 그저 ‘세상은 다 그런 거야' 라고 말하는 해피형이다. 좋은부모는 아이의 화를 다 풀게 하고 제안을 제시하며 행동하게 한다.
행복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중심문화로 생활에 관한 모든 규칙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게 한다. 규칙과 벌칙을 학생 스스로 존중한다. 이를 어길 때는 흔쾌히 스스로 봉사에 나선다. 독거노인의 말벗이 돼주는 것도 좋은 예이다.
간디학교의 경우 ‘~위원회'가 많다. 학생선발위원회, 문화위원회, 축제위원회, 등 ‘~위원회'는 힘이 세다. 학생을 선발하면서 ‘얘는 너무 도시형이어서 도시에서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학생들이 교사역할을 하면서 가르치고 평가도 해보면서 ‘교사가 이렇게 어렵구나' 라는 걸 느껴보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모두 ‘역지사지'하면서 공통으로 드는 점이다.
아이들이 자기발견을 하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입시교육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체험이 없다보니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모른다. 부모의 잘못된 행복관(허영심)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너 이거 할래?' 라고 물으면 ‘싫어요' 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습이 아니라 수업만 받아온 학생들은 의욕상실을 겪는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공연발표를 한다든지 꾸미는 일 등 자기 뇌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수학을 좋아하면 수학을 풀어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해야 한다. 이 사회가 지속가능할까를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보면, 미국 MIT 공대의 어느 교수는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을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성공해서 환경문제에 일조를 한 경험사례가 있다.
간디학교가 학생들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무한정의 자유는 아니다. 자유를 담보로 극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디학교는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벗어난 완전한 대안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양교장은 완성된 단계라고 말할 수 없고, 아직 실험중인 학교라고 한다. 다만 간디의 철학과 그 스스로의 철학이 녹아있는 학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내 아이들, 그러나 천재는 모든 유머가 논리적으로 해석이 되어 전혀 웃지 않는다. 양교장은 어느 수학천재의 일화를 소개했다. 남들은 주어진 시간에 어려운 수학문제를 겨우 풀어내는데 연필을 돌리며 딴 짓하다가 단 십분 만에 쓰윽 답지를 내는 천재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당신은 어떻게 그 어려운 수학문제를 그리도 빨리 풀어낼 수 있는가? 천재는 문제의 답이 확연하게 보였던 것일까. 'too evident!' 그는 너무나 명백해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사랑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부터 ‘소신'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 30분 정도는 자기 개인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마음을 또렷하고 맑게 하며 자기회복을 하고 다시 일(마을어린이도서관)을 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충전의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속물'이 되고 만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으면 도서관의 ‘일'도 ‘즐거운 일'이 아니라 ‘공부'가 될 것이다.
* 동네에서 행복하게 이웃 만나기 발표
석가탄신일과 주말 연휴 과제였던 이웃만나기. 반디들은 각자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행복하게 어떤 이웃들을 만났을까? 만나는 사람이 동네공원에서 자주 마주치는 꼬마일 수도 있고 눈인사만 하고 지내는 옆집에 부침개를 들고 찾아갈 수도 있다.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에는 반디들이 시댁과 친정에 가기도 했고, 김밥을 싸서 ‘알짬'을 찾은 모둠도 있다. 마을모임에 동네슈퍼 아주머니를 만나 수다를 떨기도 했으며 노은동어린이도서관 만들기모임‘씨앗'의 까페회원들이 등반을 간 경우도 있었다. 핫케익을 만들어 옆집꼬마와 친해지는 기회가 된 반디는 다음 날, 그 꼬마의 부모에게 삼겹살잔치 초대를 받았다.
삼겹살 잔치
핫케익 나눔
아기 젖을 먹이면서 발표하는 박연화 반디.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이 아니고 의도적인 만남으로 쑥스럽기도 하고 불편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파트문화 속에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에겐, 울 넘어 건네던 부침개 한 조각의 따뜻한 정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