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0.
2007년 5월 29일(화)
최혁진 실장(원주의료생협)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는 부가 늘어나게 되면 ‘파티'를 열곤 한다. 파티는 부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기독교의 희년에 비유할 수 있는 이런 파티는 왜 수없이 반복되는가. 그런 활동들을 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원주의료생협 최혁진 실장의 오전강의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기업의 개념을 이룩해가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새로운' 기업이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최실장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생존과 공존공생의 원리를 비교하면서 덴마크의 말(馬)과 러시아의 말로 예를 들었다. 좋은 풀이 있으면 먼저 차지하는 말이 배불리 먹고 나서 다른 말이 나머지 풀을 먹는 적자생존과 달리 공존공생은 좋은 풀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경우이다. 결과를 보면 먼저 배불리 먹기 시작한 덴마크의 말은 퇴보하고 같이 나눠먹은 러시아의 말은 진화하였다.
경제에 의해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경제를 뒷받침 하는 신 사회주의에서는 경쟁에 의해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보다, 수익률이 작아도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기업의 투자율이 훨씬 높다.
독일의 전체 경제 50%는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삶을 더 중요시 하는 비영리센터이다. 비영리센터는 우리나라 도서관사업과 협동조합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사회에 공헌기금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이 서지 못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법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삼성이나 현대가 ‘공헌기금'(?)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회사로 유명한 ‘쉘'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해서 풍력에너지와 태양열 에너지를 만드는데 재투자를 하고 있다.
반디들 대부분은 주부와 여성들, 표정들이 아주 진지하다.
얼마 전, 일본에서 일어난 성폭행사건이 뉴스로 전해졌다. 한 여성이 전철 안에서 성폭행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거기엔 나 혼자만 피해보지 않을까, 하는 연대성의 희박한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전철 타는 곳에 발자국그림이 그려졌다. 전철이 서는 곳마다 서로 타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발 그림에 그대로 자기 발을 올려놓고 차례대로 질서를 지킨다. 서로 믿고 의지하되, 건강한 사회를 향해 ‘연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587개의 '워커즈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가 있다. ‘우리가 일하는데 있어서 이윤이 목표는 아니다'라는 이념으로 처음 일본의 여성들이 우유를 직거래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우유에서 중금속이 나와 15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어머니들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일본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권청년과 손을 잡고 우유 직거래를 위해 처음 200명으로 시작했다. 양심적인 생산자를 찾고 지역의 문제를 이해했던 사람들이 미니포럼을 만들었다.
우유는 항생제, 방부제가 없는 성분무조정 우유로 생산되었다. 일본의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세탁로봇, 청소로봇,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로봇으로 살 수는 없었다. 부엌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주부들의 의지가 사기 충전되면서 의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주부들은 ‘우리가 취급하는 간장과 된장이 우리의 사상이고 무기이다' 라고 말한다. 노동자는 저 임금에 시달리고 소비자는 건강에 해로운 식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심적인 생산자를 확보하고 구매여성을 늘려간다.
‘우리의 삶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보자'로 시작한 움직임이 세상을 바꿔내는 일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과 아동,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들이 불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남성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회의 근본세력 앞에서 저항세력으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여성이다.
일본의 고령화는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노인문제를 하나의 상품화로 만들어놓고 있다. ‘귀하의 집으로부터 500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문구는 무엇을 뜻하는가. 돈만 내면 늙어서 보살펴줘야 하는 부모도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는 끔찍한 내용이다. 노인들도 젊은이와 함께 더불어 살고 싶고 느끼고 싶다. 고령자센터나 아동센터, 보건센터 등의 마을단위의 소규모시설이 필요한 이유이다.
스페인의 ‘바스크' 지역에는 워커즈콜렉티브(호세마리아 신부가 최초) 167개가 운영되고 있다. 바스크는 우리나라의 강원영서 지역과 비슷한 규모이다. 여기서는 수익이 생기면 일차로 환경을 위한 기금으로 제공한다. 기술개발의 차이는 내가 노동을 하는 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과 내가 주인으로서 노동을 할 때 벌어진다. ‘노동자 재교육센터'를 통해 인성·적성검사를 하며 일을 잘 할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해준다.
최혁진 실장(원주의료생협
‘먼 거리에서 날라 오는 음식들은 우리들의 양심을 괴롭히지 않는다.' 미국의 몬산토 회사는 유전자조작식품회사로 유명하다. 몬산토는 원래 제초제를 만드는 회사였다. 공장형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헬기로 씨를 뿌리고 제초제를 사용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곤충과 식물들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저항이 있게 되자 회사는 대량생산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종자식품이 대량생산 될수록 세계의 식량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왜 그럴까? 종자를 받아서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종자를 매년 사야되는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전통적인 종자는 없다. 몬산토는 전 세계적으로 유통망을 갖고 비싸게 종자를 팔고 소비자에게는 수확물을 싸게 사들이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만을 목표로 돌아가며 소비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상품으로 전락하게 한다. 이웃을 발견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이웃과 함께 사기업의 풍토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기업개념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따금씩 조용한 분위기에 아이들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칠판엔 한 가득 글이 채워져 있다가 지워지곤 했다. 워커즈콜렉티브, 우리들 모든 반디들에겐 꿈의 직장, 꿈의 터전으로 다가왔다.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꼭 바스크 지역에 가고 싶다.
*오후활동: [어린이도서관 주민욕구조사서] 만들기 워크샵
교육 보름째, 그 동안 ‘반딧불터'에서 반디들은 그냥 편하게 교육을 받고, 밥을 먹으며, 차 한 잔을 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지냈다. 그러나 돌아보면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도와주며, 쓰레기를 정리하는 몇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모둠별로 돌아가면서 청소구역을 담당하고 모둠걸레를 가져오며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내 마음을 잠시 고요하게 들여다보게 한 명상
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간동안 명상시간을 가졌다. 눈을 감거나 혹은 턱을 살짝 내리고 눈을 지그시 한곳에 고정한 채로 자기마음 들여다보기를 했다. 마음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허공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마음을 자각할 때,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기를 반복했다.
어린이도서관 욕구조사워크숍을 진행하는 김성훈씨.
김성훈 씨의 진행으로 ‘종이접기'가 이어졌다. 반디들이 둘씩 등을 맞대고 눈을 감고 두 손을 위로 올린다음,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종이를 접고 잘랐다. 이때 서로 말은 하지 않으면서 손만 움직인다.
눈을 뜨고 상대방과 내가 접고 자른 종이모양의 결과는 같을까? 다를까? 이번엔 둘씩 등을 맞댄 반디들이 똑같은 크기의 종이를 갖고, 한 사람이 어떻게 접고 자를 것인지 설명을 한다. 그대로 따라했는데 두사람이 내놓는 종이크기와 모양은 어떻게 됐을까?
다시 등을 맞대고 이번엔 설명하고 물어보기를 허용하며 종이를 접고 잘라보았다. 세 번째까지 하는 동안 내 것의 크기와 모양이 상대방과 얼마큼 같아졌을까?
상대방과 내가 접고 자른 종이의 크기와 모양새는 얼마나 같을까?
A와 B 사이에는 생각의 방식들이 있다. 둘 사이에는 생각이 다른 ‘장애물'이 있다. 어떻게 생각을 좁힐 수 있을까? 설명을 잘한다. 자세히 묻고 대답한다. 기준을 정한다.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한다. 자기 멋대로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객관적 조언이 필요하면 다를 사람을 끌어들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모둠별 작업.
상대방 얼굴을 보지 않고(모르고) 등을 맞댄 채 서로 종이를 접고 잘라보면서 우리는 제 각각 다르게 나온 결과를 봤다. 그러면서 그 차이에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우리가 도서관을 주제로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서야 하는가. 주민을 만나는 게 사실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야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 방법을 성찰해 본다고 생각해보자.
발표
주민을 만난다면 누구를 만날 것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강아지똥' 모둠의 경우 모둠전체가 다 같이 움직인다. 수·목·금요일 오후 1시 이후에 마을어린이 <도서관 욕구조사>를 하기위해서 가수원동과 정림동, 도마동을 중심으로 놀이터와 공원 등에서 만날 계획이다.
주민들의 도서관 관심도를 알아보고 도서관 만들기에 참여할 사람 찾기가 관건이다. 직접 만나는 방법도 있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설문지를 만들 때, 어떤 내용들을 물어볼 수 있을까?
지역문고이용 실태조사, 동네 아이들은 어디서 주로 책을 읽나, 다른 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도서관이 생긴다면 이용하거나 봉사할 생각이 있는가, 어린이도서관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는지, 요즘 제일 관심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이 있을 것이다.
지역특성을 파악하고 심도 있는 설문을 하기위해서 우리는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주민들의 문화와 쓰는 말 등을 통해 ‘같이 사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업무로서가 아니라 즐겁게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들을 것, 토론하거나 언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취재하듯이 또는 취조나 심문하는 것처럼 묻지 말 것 등이다. 자, 출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