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6.
2007년 6월 7일(목)
‘즐겁게 배우는 글쓰기교육'을 주제로 현재 대전중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김구중 선생의 강의가 있었다. 문학을 하기 전엔 운동선수를 했다는데, 한눈에도 다부진 체격이다. 본인과 주변사람들 모두는 체육선생을 할 거라고 짐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은 지금도 신춘문예 시즌만 되면 끝없이 도전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몸살을 앓는 문학청년임을 자처한다.
김구중 선생님 글쓰기강의
‘요즘은 글쓰기가 없고 논술만 남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김구중 선생은 93년부터 시작된 논술로 인해 글쓰기가 충분히 다져지기도 전에 논술만 위로 붕 떠있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논술세대가 이제 30대 중반이라면 40대는 되어야 농익은 글들이 나올 것도 기대한다. 논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곰삭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령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글쓰기의 시작은 가까이에 있는 ‘삶'에서부터 소재를 얻어 꾸준히 습작하고 그 다음에는 상상과 가상의 세계, 또는 허구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김구중 선생은 논술세대가 40대가 되면 한국의 글쓰기가 달라지리란 것을 기대한다고 한다.
쓰기는 자기가 아는 것 만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서 우리도시(대전)의 특징을 설명하시오, 라는 글을 쓴다고 하자. 여기에서는 ‘퍼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 한번 퍼내보자. 대전은 어떤 도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가? 교통의 분기점이다, 과학연구단지가 있고, 지방행정도시로 분지(내륙)이며, 산업단지가 없는 소비도시이다. 또 군사도시이기도 하고 교육도시, 그리고 지방색이 가장 옅은 신흥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아이들이 이런 주제로 글을 쓴다면 이론으로 암기 하는 것 보다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일기장을 앞에 놓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있을 때, 자기 생활이 되새김될 수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옆에서 부모가 살짝 물어볼 수도 있다. ‘너 뭐했니? 놀았어요. 뭐하고 놀았어? 축구, 누구랑? 어떻게? ....' 선생은 글쓰기가 내면성찰과 지적세계로 나눠지는 자기성찰이라고 말한다.
독서는 정보습득(취합)의 기본단위이며 정보습득에서 암기는 기초이고 기본이다. 암기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안 하고 활용을 하지 않아서 문제로 드러난다. 부모가 글을 보는 눈은 10단인데 글쓰기는 1단임을 인정하고, 아이들의 ‘마구잡이' 글쓰기를 격려하고 칭찬해야한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글쓰기에 대한 의식이 달라지고 내 글에 대해 객관화가 된다. 글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명절 같은 날에 친척들과 만나 먹었던 음식은 무엇이며 누굴 만났는지, 왜 차례를 지내는지 따위의 글은 시기적으로 그때마다 알 맞는 주제를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개개인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나 사회 역사와 생물학적 환경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글을 써내는 것, 써 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 ‘즐거운' 글쓰기는 없다. 있다면 편안한 글쓰기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 글쓰기에 개입하려면 ‘사건'만 진행시키는 정도로 상황을 복기시킬 만큼만 해준다. 어떤 주제의 동화책을 분류해서 아이들에게 활용할 때, 아이들 심리치료에도 중요한 매체로 작용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뭘 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소극적인 불안감에 휩싸인 공황상태의 아이들에게 어린이도서관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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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글쓰기는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공처리능력)가 관건이 될 것이다.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상징분석능력)이 미래를 이끌어 간다. 직종마다의 계획서, 문서작업, 아이디어 등 글쓰기는 필요하다. 그때 토대(기초)가 되는 것이 ‘편한 글쓰기'일 것이다.
운동선수가 벌로 1년 동안 쉬고 있으면서 시합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 시간으로 보면 단 일 년이지만 기능은 쇠퇴한다. 발표할 기회가 별로 없는 학생들의 어휘선택과 수준은 유치하다. 내 글을 내가 읽게 하고 글 쓰는 패턴을 알게 하기위해 베껴 쓰는 방법도 제시한다. 그는 구성의 서툶은 ‘용서'가 되지만 어휘는 용서가 안 된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쓰는 어휘가 단순하다면 그것은 문제가 크다고 하겠다. 생활 속에서 다양하고 많은 어휘사용이 있어야 한다.
김구중 선생은 ‘앨빈 토플러'의 <한국을 이끌어 갈 미래의 주역을 만나다>에 나온 글을 제시하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글쓰기와 독서는 언제나 중요하다.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맞춰야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간다. 우리는 현재를 보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 미래를 확신할 순 없다. 그래도 최대한 미래를 상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나누기:
석*희 반디의 사회로 ‘나누기시간'에서는 ‘글쓰기 강의'와 ‘어린이도서관 주민욕구조사'에 대해서 여러 반디들의 느낌과 의견들이 나왔다.
- 암기가 중요하다는 말에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고, 조금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 주입식 암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암기하는 부분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 들어주기의 중요함을 느끼고 자신이 그동안 아이들에게 지시형이었는데 권유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 ‘글쓰기가 자기 성찰이다'라는 말은 나한테 해당되는 말이다. 나는 초등 3학년수준이라 생각하고, 3학년의 글쓰기를 해보겠다.
- 엄마인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선입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나를 되돌아 보는 강의'였다.
- 2차 욕구조사 1차 보다는 좀더 잘해야 하는데 부담스럽다. 고민중이다.
- 교육이란 것이 ‘제 때에 얻어먹은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수업 전에 항상 시 한편을 읽어줬다. 그게 알게 모르게 내 일속에서 나오는 것을 문득 깨달았을 때, 선생님께 뒤늦은 감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