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4.
2007년 6월 19일(화)
마을지도 만들기
강의를 듣기 전, 한은경 반디가 그림책을 들고 나왔다. 책은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복잡한 감정들이 부딪치고 분노가 어떻게 표현되며 풀어지는지 주인공 소피를 통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배경색깔이 주는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화가 난 소피의 뒤에는 붉은 색이 이글거리며 타는 것 같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느끼면서 편안한 녹색으로 바뀐다. 우리아이들 마음엔 지금 어떤 감정의 빛깔들이 있을까?
그림책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을 읽어주는 한은경 반디.
어린 아이들과 길을 걸어가면서 우리는 보통 5m 쯤 걸어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소리쳐야 한다.
"차, 차, 차조심!"
유모차를 끌고 가는 길 중간에서 걸림돌을 만나기도 한다. 강의를 담당한 ‘대전의제 21'의 복진국씨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마을의 도로중심에서 조금 비껴간 자리에 전봇대 하나가 서 있다. 아무리 봐도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다. ‘전봇대가 어떻게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나' 싶다. 속도를 내고 무심코 달리는 자동차가 혹시 사고라도 난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는 것 같다.
'대전의제 21'의 복진국씨
'대전의제'에서 ‘의제 21'이란 1992년, 세계정상들이 직접 참여하여 10년 후 의제를 선정하고 실천하자는 세계적인 하나의 약속이라고 한다. 환경문제는 이제 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환경위기에 봉착해 있다. ‘의제21'에서는 21세기를 맞는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지구환경문제(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열대우림의 파괴와 사막화, 생물종다양성의 감소, 해양오염, 유해산업폐기물의 국경 간 이동 등)를 토의주제로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행동강령을 제정하였다고 한다.
'문화동 마을지도'를 참고해서 내가 살고 있는 우리동네를 지도로 표현해보자!
오늘은 반디들 모두 각자 살고 있는 동네를 지도로 그려보는 것이다. 복진국씨는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나에게 설명하면 ... 나는 잊어버릴 것이다.
나에게 직접 해보게 하면 ... 나는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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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는 공원이 열개도 넘어요. 보라놀이터, 굴놀이터... 아이들이 너무 재밌게 놀고 더 없이 좋은 환경이죠."
"공원을 중심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오나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성실한 이웃이랍니다."
"내가 잘 가는 상가를 중심으로 작성했어요. 비래스토아의 김밥집, 고기집..." "도서관을 중심으로 교통량이 많은 곳을 그려봤어요."
"해가 갈수록 점점 아름다운 곳, '가래울(추동)' 어린이도서관이 있을 곳 입니다. 드라이브코스로도 최적하고 갈대밭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일'을 하셔도 좋을 듯(웃음)합니다. 추동 아무데나 가도 큰 둥구나무 있는 곳을 찾으면 오리백숙을 잘 하는 식당이 나옵니다. 맛이 아주 좋고, 인심도 끝내주는데, 교통량이 너무 많아 표를 받고 대기할 정도지만 기다릴만한 곳입니다."
우리동네 이야기를 해봐요
정봉현반디의 지도이야기를 들으며 동구 추동이란 동네가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지도를 그리면서 반디들의 할 말이 많아진다. 공통으로 나오는 말은, 우리동네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반디들이 어떤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을까?
- 우리동네를 새롭게 발견했다. 10년 이상 살면서 제대로 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 내가 그린 지도가 무미건조하다. 내 마음과 같은 것 같다.
- 지도에 삶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지도를 만들면서 사는 이야기가 나오고 재미있다.
- 삶의 질이 지도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자를 대고 그릴 정도로 반듯한 곳이지만 너무 삭막하다는 걸 알았다.
- 시골에서 자랐는데 ‘우리동네가 여기구나' 라는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도를 그리면서 마음이 메말랐다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마을에 애착이 들게 했던 기회가 되었다.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향생각이 났다.
- 동네 먼지바람 일던 곳이 새삼 그리웠다.
- 동네이야기를 주제별로 할 수 있는 게 무척 많다는 걸 느꼈다.
- 자동차로 타고 다니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했는데 걸어 다니면서 지역을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 지도가 딱딱한 이미지로 다가왔는데 재미와 부드러움이 더해 좋았다. 마음이 벅차고 동네에서 필요한 것, 주민이 만들어나가는 것들과 떠올려지는 사람들로 후끈, 화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