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3.
2007년 6월 18일(월)
도서유통과 어린이 책
책 <점>을 읽어주는 계룡문고 대표 이동선씨.
"은행이나 한의원, 미용실에 그림책이 있다면 어떻겠어요? 전 요즘 은행지점장이나 한의원장, 내과병원장한테도 책을 읽어줘요. 책을 읽어주고 나서야 대화가 될 정도예요."
강연을 시작하기 전, 이동선(계룡문고 대표)씨가 모둠별로 그림책 한 권씩을 건넸다. 그림책은 ‘피터 레이놀즈'의 글과 그림인 <점>이다. 책을 읽기 전의 마음과 책읽기가 끝난 다음의 마음은 사뭇 다르다. 뭔가 내 마음이 열린다고 해야 할까. 상대방과 내가 같은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친근감도 든다.
이동선씨는 최근 오프라인에 있던 일반서점의 책이 온라인 시대로 급격하게 이동된 상태라고 말한다. 그가 직업을 가져본 것은 서점을 운영한 것이 전부. 서점을 하는 중요한 태도의 하나는 ‘서점을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큰 도서관 말고 작은도서관이 서점에도 좋은 방향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가 서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잠깐 들어본다
지금은 책 도난사건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책을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시간은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이다. 손을 주로 타는 책은 비싸고 잘 팔리며 팔아먹기 좋은 것들이다. 주로 사전과 성경책, 수학정석 따위이다. 가장 많이 찢어가거나 오려가는 건 잡지, 요리책, 책 속에 들어있는 사진 등인데, 유아교육전문도서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의 ‘열의'와 그 함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책은 출판사와 고객 사이에 도매서점과 소매서점이 있다. 지역마다 도매서점 총판이 있는데 소매서점을 거쳐 고객에게 가는 경우도 있고 출판사에서 직접 소매서점을 통해 고객에게 가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도매서점을 거쳐 소매서점으로 가는 유통과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출판사와 소매가 직거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린이 책은 전집류와 단행본이 있지만 단행본으로 시작한 준비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현재 어린이전문서점은 인터넷 영향으로 거의 몰락했다. 어린이 책은 학습지를 통해서 전집류를 팔기도 한다. 인터넷서점과 홈쇼핑, 대형할인마트나 쇼핑센터의 어린이 책 시장 점유율은 엄청나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마을도서관이다.
어린이 그림책 시장의 95%가 번역물(3년전 기준. 한기호)이다. 우리나라는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이후로 베스트셀러가 올라오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는 ‘사재기'로 인해서 되는 경우도 있다. 도서유통의 어려움에는 우리나라의 빈약한 도서관 문화도 한 몫 한다.
서점에 정면으로 진열된 책들은 보통 이윤이 높고 거래조건이 좋다. A급 출판사는 내용에 주목하며 한 달에 한두 번 서점에 와서 책을 정리해주고 거래조건이 까다로운 반면, B급 출판사는 거의 날마다 와서 정리와 반품, 교환할 책을 일일이 관리해주는 것이 오늘날 서점의 현실이다. 부모가 지혜롭게 책을 골라야 한다.
엄마가 책을 잘못 고르면 전집 한 질이 망가지고, 아이가 책을 잘못 고르면 책 한권의 시행착오를 거친다. 아이들에게 책 고르기를 맡겨보자. 왜 자꾸 골라주려고 하는가?
‘우리(서점)'의 경쟁자는 사교육· PC방, 인터넷 게임 등, 책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도서관은 시민(독자)들이 바르게 만들어야 한다. 관이 앞서가면 저질도서관이 늘어갈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되려면 자격 있는 사서교사를 두어야 한다. 한국에 전국공공도서관 470여개의 전체도서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 도서구입비의 20%정도 이다. 도서관학과가 ‘문헌정보학과'로 바뀐 것은 잘못이다. 교육정상화가 제자리를 못 찾을 때 ‘도서관, 독서, 사서' 자리는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밀려난 자리가 된 것 같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도 도서실이 있어야 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말을 상기해보라. 놀이방을 포함한 어린이집이 대전에만 1,100개가 넘는다. 그곳에 책이 있고,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이 있다면 엄마들은 마음이 놓일 것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서관이 생기면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취업으로 연결되며 도서관 질이 높아질 것이다.
미용실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성지를 그림책으로 바꾸면 어떨까? 한의원, 은행, 내과, 서비스센타 등 여성지가 있는 곳에 그림책을 놓아두자. 그림책은 짧고 감동적으로 알린다. 호텔객실마다, 병원 병실마다 텔레비전에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는 대신 그림책을 본다면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림책이 있는 공간의 이미지도 좋아진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교육비를 절감시키는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서유통시장의 ‘할인'이 지나치게 흔하다. 그러다보니 도서시장의 혼란이 온다.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값을 놓고 말하면 답이 없다. 학교교육 문화는 시장논리에 맡기면 죽는다. 좋은 책이 살아남으려면 서점과 도서관의 공통점을 찾고 같이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근처에는 서점다운 서점이 없다. 어려서부터 서점에 다니는 습관이 중요하다. 친구나 연인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서점에서 만나는 방법은 어떨까?
"세계지도는 잘 그릴 수 있어요."
이동선씨(책읽어주는 아빠)는 <네로와 종이밥>이란 까페의 운영지기이다. ‘네로'는 ‘플란더스의 개'에 나오는 부모 없는 소년이다. ‘종이밥'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작가 김중미의 글에서 따온 것이다. 네로와 같은 소년을 돕는데 책으로 돕자는 뜻이 있다. 책은 지적능력을 키워주고 자립심을 키우며 바른 인격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밥'은 배가 고파 종이를 뜯어먹는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이다. 종이는 책이 되고 책은 독서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한다. 아이가 뜯어먹던 종이는 이제 독서로 변하여 그걸 먹고 지적능력을 키우는 아이로 자라게 할 것이다. 여기에 이동선씨의 꿈이 있다. 조금씩만 노력한다면 이 아이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의 ‘아이템'은 자꾸 생긴다.
그의 '아이템'이 세계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며 칭찬과 격려, 그리고 ‘들어주기'와 ‘마주이야기'를 강조한다. 반디들에게는 책,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그림책을 알면 교육의 열쇠를 찾는다>를 추천했다.
책 간지에 글을 써주는 이동선씨. '선은 식물처럼 기다림 속에서 자란다' 라는 글이 가슴에 다가온다.
끝으로 짧은 날개로 꿀을 찾으러 날아다니는 ‘꿀벌의 무지'와 자기 앞만 보고 모이만 쪼아 먹는 ‘닭의 날개' 이야기를 해주었다. 꿀벌이 처음에는 날개가 짧아서 잘 날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꿀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날갯짓을 했다. 드디어 꿀벌은 꽃을 찾아 어디든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닭은 어떤가. 커다란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닭. 눈앞에 모이를 쪼아 먹기 바쁜 닭은 날아보려고 하는 의지조차 잊었다.
이동선씨는 반디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믿고 날갯짓 하십시오!"
나누기
- 건강하게 유통질서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책을 사는데 신경 쓰겠다.
- ‘사장님'의 선입견이 깨졌다.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 사장님의 아이템이 우리들(마을어린이도서관)과 함께 엮어져서 어른과 아이가 신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 빨리빨리 살아왔던, 당장의 편리함에 익숙했던 것을 반성했다.
- 온라인의 할인율이 결국은 소비자피해로 돌아오는 것을 실감했다.
- 쉴 수 있는 공간에 책이 들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피그말리온 리더쉽이 떠올랐다.
(*) 6월 22일까지의 교육 마무리 일정이 다가오면서 반딧불터 지원팀의 김정숙반디가 공지사항을 전했다.
김정숙 반디.
22일(금)은 그 동안의 교육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자축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음식을 준비해서 서로 나누고, 자신에게 상을 준다면 어떤 상이 될 수 있을까? 상 이름을 생각해보자. 마음을 담아 글을 써서 전하기 선물을 했으면 좋겠다. 50여명의 반디들 모두 자기의 ‘마니또'에게 선물을 준비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선물은 자기가 아끼는 물건이나 굳이 산다면 5,000원 이내의 물건으로 구입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