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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24. 2024

출중한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2.

2007년 6월 15일(금)

                                       ‘더불어 사는 위대한 평민' 풀무학교 다녀오기



대전에서 출발한 버스가 청풍휴게소에서 잠시 멈췄다. 어른과 아이들의 볼일도 있지만 휴게소에서 먹는 차 한 잔은 특별하다.


아침나절 날이 흐리다. 바람도 간간히 분다. 관광버스에 올라타자 강낭콩이 송송 박힌 백설기와 생수 한 병을 받았다. 오늘은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에 가는 날, 교육장 말고 밖에서 만나는 반디들이 새삼 반갑다. 엄마를 따라온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체험학습으로 따라왔나 보다. 우리가 타고 가는 ‘큰 차'는 삼성생명에서 후원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논마다 한 칸씩 지어놓은 주황색지붕이 눈에 띈다. 말로만 들었던 오리농부들의 집이다. 150만평에 친환경 논농사를 짓는 홍성군 문당리 홍동마을이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다. 



                                   우리가 탄 버스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셨던 농부님들


                                   

                                   교육관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오리 앞에 모인 아이들


                                                      ‘하늘공경 땅 사랑'


풀무학교 교육관에서 반디들은 학교관련 사무국장의 학교소개와 마을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보고 들었다. 지역살림을 스스로 가꾸는 홍동에는 ‘아름다운 홍동모임'으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와 풀무생활협동조합, 풀무신용협동조합, 갓골어린이집, 그물코출판사 등이 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고등과정의 대안학교로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은 외지에서 70%, 지역에서 30%가 모이며 주거는 전원 기숙사생활을 한다.


                                       교육관에서 풀무학교를 소개하는 사무국장



풀무의 교육목표는 ‘성서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인생관과 학문과 실제 능력에서 균형 잡힌 인격으로 하나님과 이웃, 지역과 세계, 자연과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당으로 들어서자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에 나오는 한 구절이 벽에 걸려있다.


 식사는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데 쓰자


                             정갈하고 맛있었던 소박한 점심, 음식은 모두 유기농 재료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들은 저마다 놀이에 신이 났다. 너른 마당, 언덕위에 있는 나무 그네, 풀과 꽃들은 모두 아이들 놀잇감이었다.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



점심과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5분여 거리쯤에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가 있다.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가니 책꽂이에 꽂힌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은도서관으로 보이긴 하지만 오롯이 도서관역할만 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반디들은 안정순씨의 설명을 들으며 빙 둘러 앉았다.


                                                       책 있는 풍경이 친근했던 곳.

                                                여성농업인센타의 안정순씨



여성농업인센타는 충남에만 4군데 있다고 한다. 이곳에선 아이들 돌보는 일을 ‘센타'에서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과후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부모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역할도 필요했다. 농번기 때 엄마들은 농사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겨울철 엄마들은 이곳에서 12월부터 2월까지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3월초까지도 움직인다. 센타는 각 지역에서 꾸려나가기 나름이어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엄마들 의견을 모아 운영위원회에서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 작은도서관의 운영은 어떻게 하나?

2002년 센타를 세울 때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학부모들이 사서를 자처했지만 도서관이 방과후 교실로 된 것에 아쉬움도 있었다. 방과후 아이들은 현재 70여명이고 학습지도와 체험을 위주로 교육한다. 최소한의 활동비로 월 25,000원을 받는데, 그 돈은 차량운행비와 간식으로 주로 쓰인다. 농림부지원을 받아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는 재량활동으로 영어와 수학, 영화보기, 생태 등을 교육한다.


- 한 부모 가정이나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아이들의 문제는 없나?
결손과 조손가정의 아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IMF의 큰 파도가 밀려오면서 그 끝에 도달하는 곳이 지방(시골)인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아이들 수는 계속 느는 실정이다. 또한 국제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룬 아이들 문제도 있다. 초등 입학 전까지는 별 문제가 드러내지 않아도 이후에 드러나는 문화, 인종, 교육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풀무학교의 힘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준다.


- 도시와 농촌의 교류문제에 대해

2박 3일정도의 짧은 일정에 아이들은 도시와 농촌을 겉만 보고 비교한다. 너무 외형적인 그런 형태는 별로 반갑지 않다. 아이들은 도시체험을 하고 와서 도시의 화려함과 매끄러움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당황하기도 하지만 다시 회복한다.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 알림판



차근차근 돌아볼 곳은 많은데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체로 이동하는 게 무척 아쉽다. 생활협동조합에는 비누를 만드는 곳도 있고 작은가게도 있다. 헌책방에는 무슨 책들이 있는지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쳐야 했다. 작은가게에는 직접 구워 파는 통밀빵과 풀무학교 농장에서 생산한 오리농 쌀을 팔기도 했다. 


              풀무학교 학생들이 농장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 탐스럽게 열린 연둣빛 토마토가 싱그럽다.



‘58년에 개교한 풀무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고 있다. 개교 50주년이 되는 풀무학교 학생들의 배움의 목표는 일류대진학이 아니다. 마을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평민'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평민'은 그래서 졸업이라는 말 대신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창업'으로 표현한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들어가면서 바로 만나는 ‘더불어 사는 평민'은 학교의 교훈이다.



아침에 다소 흐렸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맑고 따끈해졌다. 3시 40분 쯤, 언덕길을 올라 풀무농업전문학교(2년제, 전문과정)에서 반디들은 홍순명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풀무학교 교장을 지내고 그 자신이 더불어 사는 위대한 평민으로 풀무학교 역사의 산증인이다.


               풀무농업전문학교 교육장에 액자로 걸려있는 ‘더불어 한길' 그리고 밖에서 본 나무조형물



학교는 현재 7년이 됐고, 10년이 지나야 학교특색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입학할 때 시험은 보지 않는다. ‘시험이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지만 숫자로 판단하며 상당히 난폭하다'고 한다. ‘시험이란 수단 외에도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의 중요한 것은 이제 단순지식전달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삶, 제도보다 인간을 먼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평생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가 바뀌어야 하지만 학교만 아니라 모두 바뀌어야 한다. 대안을 넘어 다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로. 아이들 교육도 이와 같아야 한다. 이곳에는 선생과 학생과 구분이 없다. 학교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학생이 주인이다. 가정과 학교, 마을 간의 형태, 오늘의 아이들이 10년 후, 자연과 공생을 도모하는 사회모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개교 50주년을 맞아 소박하지만 도서관을 만들 계획이 있다. 책은 문화의 보고이다. 상상력, 창의력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책을 능가할 무엇은 없다. 어린이부터 책 읽어주기로 한살 때부터 체계적으로 책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선생은 또 ‘정직하게 글쓰기'를 하는데 이오덕 선생의 예를 들었다. ‘농민들이나 주부들도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을에는 ‘한 잎, 두 잎'으로 부르는 마을돈이 있다. ‘달러에 영향 받지 않고 지역통화를 쓴다면 문화적으로 여러 나라에 좋은 정신으로 영향 주는 나라가 될 것이다.


문화적인 저력을 많이 길러야 한다. 어머니한테 들었던 이야기하나가 평생을 간다. 문화를 높이는 아이들로 길러야 하는데 한 몫을 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란다.' 


 

                                              홍순명 선생과 반디들 기념사진



풀무학교의 교육관 모든 것을 이끌어 오신 홍순명 선생의 말씀이 반디들의 가슴에 내내 희망으로 벅차게 했다. ‘출중한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를 강조하면서 선생의 귀한 강의가 끝났다.



나누기

풀무공동체가 자리 잡은 홍동은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두레공동체마을이며 자연과 조화로운 생태마을이다. 아쉬운 강의를 뒤로한 반디들의 풀무학교 체험은 어땠을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가슴을 꽉 채운다.


-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 완성도 높게 공동체 생활이 잘 돼 있는 것에 놀랐다.

- 나도 한 마리 오리가 되고 싶다.

- 교사의 한계가 학생들의 한계라는 실감을 했다.

- 우리가 살고 싶은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

- 학교가 마을인 이 안에 같이 어우러지는 한 사람이고 싶다.

- 하우스 안에서 일하는 학생들 표정이 행복해보였다.

- 교육계의 역사 산 증인인 홍순명 선생님을 만난 게 의미 있다.

- ‘여성농업인센타'에서 들었던, 도시문제를 농촌에서 끌어안고 왔다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 친환경 농산물은 봤어도 친환경 마을은 처음이다.

- 말은 많이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막연했던 지역공동체가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 혼자 마음을 내서는 못 왔을 것 같다. 풍요한 느낌이다.

- 혼자오기 힘든 걸음이어서 동생을 불렀다.

- 한 잎, 두 잎으로 부르는 마을돈이 기억에 남는다.

- 지역사회 변화의 확신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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