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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22. 2024

억압된 감정을 연극으로 풀어볼까요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1.

2007년 6월 14일(목)


마음을 여는 연극놀이 

                                   교육연극을 진행하는 정현주씨(사진 맨 왼쪽)



"연극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 연극은 인생이다.

- 또 다른 나를 표현한다.

- 나를 대신한 인생.

- 삶이다.


진행자가 반디들에게 묻자 여러 답이 나왔다. 교육연극을 진행하는 정현주씨가 말했다.


"모두 정답이에요!"

교육연극에는 공연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깊이 생각하며 참여해서 교육효과를 얻으려는 TIE(Theatre In Education)와, 공연이 목적이 아닌 공연하는 놀이 자체가 목적이며 관객과 소통을 주로 하는 DIE(Drama In Education)가 있다. 정현주씨는 우리가 갖고 있는 100%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억압하고 있으면 창의적 에너지는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게임'을 할 때와 안할 때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정현주씨는 책상에 앉아있는 반디들에게 책상을 치우고 빙 둘러설 것을 요구했다. 반디들이 둥그렇게 모여섰다. 그녀의 목소리가는 우렁찼고 단호했다. 


"자, 우리는 이제 ‘패밀리'(조직)를 만든다. 손은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만약 놓치면 조직은 와해된다!"



                                                  손은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패밀리에 갇힌 반디들'





맞잡은 두 손을 놓쳐서는 조직이 무너진다!



빙 둘러 모여 선 반디들의 양 손에는 다른 반디들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처음 술래(진행자)가 두 손을 쫙 펴고 그 손에 몸이 닿는 반디들이 술래와 한편이 되어 다른 반디들을 쫒아가면서 ‘패밀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술래의 양 손에 한 명씩 두 명의 반디가 걸렸다. 이제 술래는 세 사람, 가운데 사람은 양 팔을 벌린 채, 반디들의 손을 잡고 있어서 실제로 술래를 만들 수는 없다. 가운데 사람을 뺀 두 사람이 각자 움직일 수 있는 한 팔을 벌려 다른 반디들을 향해 내달렸다. 반디들은 술래의 손에 닿지 않게 이리저리 빠져나가느라 도망을 다닌다. 술래가 다섯 명 정도가 되자 더 많은 패밀리를 만들려고 마음이 급해졌고 손을 놓치게 되었다. 술래로 있던 진행자가 말했다.


"자, 손을 놓쳤습니다. 패밀리는 무너졌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무너지기 쉬워요. 자 다시 하겠습니다!"


태연하게 걷는 반디들 중의 한 사람이 '범인'의 윙크를 받으면 두세 걸음 걷고 쓰러진다. 이는 범인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사인이다. 


"와~ 아!"

반디들이 술래를 피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른다. 너무나 즐거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리는 또 다른 비명을 질렀다. 연극의 제목은 ‘범인잡기'. 진행자는 둥그렇게 모여 있는 반디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뒤에서 몇 명에게 술래라고 살짝 표시를 주고 우리는 앞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누군가가 윙크를 보내면 그 사람이 범인인 것이다. 윙크를 받은 사람은 두세 걸음 걷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진다. 단, 쓰러진 사람은 범인에게 확실한 단서가 되는 말을 직접 해서는 안 된다. 여럿 가운데서 짧은 바지를 입었다거나, 얼굴에 유난히 큰 점이 있다는 말 등, 범인의 특징을 얘기하면 모두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씩씩하게 걷던 반디들 중 한 사람이 ‘으~악' 하면서 쓰러졌다. 쓰러진 반디가 말했다.


"그녀는 예뻤다!"

이런~, 예쁜 반디가 어디 한둘인가? 범인 잡기는 만만찮다. 



진행하는 정현주씨가 초록색 보자기와 막대기 하나를 들었다.

이번엔 모둠을 만들어 각자 맡은 역할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면서 거기에 맞는 대사를 한 마디씩 하는 것. 반디들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시간, 무엇을 할 것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나온 것들은 ‘운동회' ‘말타기놀이' ‘모심기' 등이었다.


"자 이것으로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금방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세요."


반디들이 초록보자기와 막대기를 갖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5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즉석연극, "모심기"


초록보자기와 막대기 하나, 난 무엇을 표현할까? 



                                           이렇게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다니



보자기를 목에 휘감더니 두 팔을 벌려 지휘를 하는데 막대기는 금방 지휘봉이 되었다. 초록보자기가 바닥에 깔리고 막대기는 당구 큐대가 되기도 하며, 텔레비전과 리모컨, 투우사, 낚시터, 골프 등 다양한 연출이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이 영광을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초록빛보자기를 휘감고 여왕봉을 꼭 잡은 반디. ‘미스코리아로 뽑힌' 한 반디의 연출에 다른 반디의 부러움과 시샘의 웃음이 터졌다.



나누기 

교육연극을 하면서 반디들의 느꼈던 건 무엇일까?


- 서먹한 느낌이 많이 줄었다. 즐겁고 게임 중에 서로 안아주는 게 좋았다. 몸으로 부딪치는 움직임으로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우리'라는 공동체, 그 어울림이 무엇인지 알았다. 감정표현이 잘 안됐는데 나를 누르고 있는 마음이 걸러지는 것 같았다.

- 안에서 무엇인가 시원하게 터지는 느낌이 들었고 도망 다니면서 즐거웠다. 일상에서 굳어짐을 이런 놀이로 자주 표현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의 즐거움을 누렸고 빨리 아이들에게 활용하고 싶다. 마음을 활짝 열었던 시간이었다.

 

- 교육과 상관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놀았다. 어른인 나도 뛰어노는 게 좋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뛰어놀고 싶을까를 되돌아보게 했다.


- 놀이를 통해 어른들도 이렇게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억압된 감정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신나게 뛰어놀았던 경험을 다시 기억했다...."




                                              반디들의 웃음처럼 활짝 핀 수국


정해진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놀이'에 푹 빠졌던 시간,  반디들은 진행자 정현주 씨의 말을 힘차게 따라하며 교육연극을 마쳤다.


위로는 열정으로 타오르는 석류꽃과 아래는 잔잔하게 피어난 씀바귀 꽃처럼 우리는 함께 어울렸다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이웃을 사랑합니다!" 


                                 깍두기 하나뿐인 카레라이스, 그래도 꿀맛이었던 점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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