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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30. 2024

동아리 같이 하실래요?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5.

2007년 6월 20일(수)


동아리모임 꾸리기 

                                                         아기밤송이와 원추리꽃


기다란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6월 중순이 지난 어느 날, 어느새 아기밤송이가 생겼다. 가까이 다가가 만지기라도 하면 찔릴 것 같은 밤송이는 여리고 순한 연둣빛이다. 반딧불터 마당에는 주황빛 원추리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동아리모임, 이렇게 하려고 해요!


1차 교육과정이 마무리되는 지점에서 반딧불터의 반디들은 교육과정 이후의 동아리모임을 갖기로 하였다. 동아리방향에 있어서 내용과 형식을 정하고 활동한 내용을 각 동아리별로 정리하고 홈페이지에 올린다. 반디들은 내가 속하지 않은 동아리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반디들이 동아리로 만난다. 동아리 모임에는 책과 생태, 영화, 육아 등 네 가지주제로 구분하고 반디들 관심여부에 따라 모임 속에 들어간다. 반디들이 가장 많이 관심과 흥미를 보인 동아리는 생태모임이다. 반면에 영화모임은 단 두 명. 조금 외롭다싶지만 그건 느낌일 뿐, 두 명의 반디는 오히려 생태에 몰려있는 반디들을 향해 우스갯소리로 여유를 부린다.

 "거긴 완전히 ‘생태찌개'군요!"

                                                             영화모임


                                                          생태모임


동아리모임으로 나누어진 반디들은 각 모임의 성격이나 모양새에 따라 걸 맞는 이름을 짓기로 했다. 가장 먼저 육아모임에서 나온 동아리 이름은 ‘까꿍이'. 백일을 넘긴 아기에서부터 두서너 살, 대여섯 살 된 아기가 있는 엄마반디들의 상큼한 아이디어가 반짝거린다. 네 명의 반디가 모인 책모임에서는 어떤 이름이 나왔을까. 그림책과 동화읽기, 독후활동 등, 책으로 자연스럽게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책모임에 머리를 맞대고 나온 이름은 ‘도담도담책아줌마'이다. 그런데 ‘도담도담'은 무슨 뜻일까. 이는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고 잘 자라는 모양'의 순 우리 토박이말이다.



                                                     '까꿍~ ' 육아모임은 "까꿍이"


                                                  책모임은 "도담도담책아줌마"


바글바글 ‘생태찌개'가 끓듯 가장 많이 모인 동아리에서는 커다란 전지크기의 종이 위에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고 서로 어울리는 말을 조합하다 찾아낸 이름이 ‘같이가두루숲'이다. 자연과 환경, 인간의 어울림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같이가두루숲!' 입말로 부르고 나니 참 정겹다.


두 사람이 모인 영화모임은 어떤가. 처음엔 흔하게 들었던 ‘씨네'를 넣어 ‘씨네큐'라고 했으나 다시 정리되어 결정한 이름은 ‘레드카펫'. 이름을 듣는 순간 문득, 영화 시상식의 붉은 융단과 카펫 위를 지나는 여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만감이 교차되는 표정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하여


까꿍이, 도담도담책아줌마, 같이가두루숲, 레드카펫은 각 동아리모임의 이름이 되었다.


교육일정이 끝난 후, 반디들은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출결처리문제와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이 문제를 놓고 조별모임으로 의견들이 나오고 공통된 의견이 모아졌다.

                                                          조 별 발표하는 반디들



"신뢰를 바탕으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지역에서 움직이자. 형식적인 절차는 불필요하지만, 나름대로 활동할 때는 자기 열정이 어떤 ‘형식'으로든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림책 <돼지책> 읽어주기.


동아리모임이 정리되고 지원팀의 권의경 반디가 그림책 <돼지책>을 읽었다. 날마다 해도 끝이 안 나는 집안일, 어느 날,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가버린다.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집안일'을 어쩌면 엄마 혼자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번쯤 우리 가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엄마가 식구들을 모두 업고 있는 표지그림을 보니 내 등으로 무거운 짐들이 눌리는 것만 같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주부입장에서 듣는 <돼지책>의 공감은 99%가 아닐지. 엄마가 없는 집에서 아빠와 아이들은 스스로 뭘 해야 되는지 깨닫게 된다. 식구들이 서로 일을 나누자 혼자 짊어진 엄마의 짐이 가벼워진다. 지역에서 활동할 때, 이웃들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장 든든하게 힘을 주는 이들이 가족임을 확인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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