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여행을 한다는 것은 기분 전환과 함께 삶에 활력을 준다.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던 차에 계획했던 1박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전주 한옥마을. 10년 전에 딸과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또 너무 더워 어쩌나 걱정했지만 여행은 여행이다.
떠나니 더위도 참을만했다. 마침 전주의 날씨도 그렇게 더운 날은 아니었다. 소나기도 잠깐 내리고 바람도 살짝 불면서 더위를 식혀 주어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일행 중 날씨의 요정이 있어서 안심시켜 준다고 말하면서 즐거워했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에 중점을 두었다. 고산자연휴양림에서 나라꽃 무궁화 완주축제 관람 및 계곡에 발 담그기, 전주 가맥축제 참여,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 체험과 카페 '마시랑게'('마시라니까'의 전라도 방언)에서 냉커피와 인생샷 남기기, 자전거로 즐기는 페달 투어와 함께 카페 '색장정미소'(100여 년 전에는 정미소였는데, 그때 명칭을 그대로 사용)의 자몽쥬스 맛보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복 체험이다. 여행 전에는 한복 체험을 한다고 하여 더운데 무슨 한복체험이냐, 이 나이에 한복 체험이라는 것을 하면서 거리를 다닐 수 있느냐 등등 불만 아닌 불만을 말했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냐며 체험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남장(男裝)을 했다. 이번 아니면 언제 남장을 해 보겠냐며... 한복 대여점 직원에게 남장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왕옷을 입으란다. 나의 짝은 왕비옷을 입으란다. 둘은 웃으면서 왕과 왕비가 되었다. 21세기에 안경을 쓴 왕과 썬그라스를 쓴 왕비. 둘은 용기를 내어 거리에서 서로 사진을 찍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우리를 찍어 주겠다고 하여 왕과 왕비의 포즈를 취하면서 잠시 더위를 잊었다. 다른 일행은 선비와 정경부인이 되었다.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쓰고 거리를 다니면서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었는데, 여행이 주는 유쾌함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서울 경복궁에서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때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2인이 타는 자전거 투어.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 퇴직 후에 많이 탔는데, 2인이 타는 자전거는 한 번도 하지 않아 도전을 해야했다. 당일 타다가 넘어지면 불편하고 일행에 폐를 끼칠 것 같아 포기하고, 나이들어서는 안전한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만나는 장소까지 걸어서 갔다. 2만 5천 여 걸음을 걸었던 하루였다.
여행은 보기만 하는 것보다 체험하는 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여행은 적당한 돈과 여유로운 시간과 나와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이 든 사람은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나머지 셋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 오면서 다시 한번 건강이 소중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