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상담할 때도 항상 하는 말이었다. "말이 씨가 된다. 그러니 말을 곱게 쓰고 바르게 써야 한다. 그러나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지금은 생각이 씨가 된다. 생각을 긍정적이고 올바르게 해야 한다. 생각대로 일이 흘러간다"고 말이다.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우리말의 소중함과 말이 갖고 있는 힘을 말하려 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이 나의 인생철학 중 하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1980년대 초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 집 주변의 가까운 중학교에 다니다가 좀 먼 곳의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버스 노선이 없어서 일주일간 몇 번을 갈아타고 다녔는데, 그때도 나의 머릿속에는 노선버스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녔다. 그 후에 새로운 버스 노선이 생기면서 갈아타지 않고 집에서 한 번에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잊혀지지 않는 '588-1'번 버스. 그것도 무려 6년을... 그당시 얼마나 편안하게 다녔는지 모른다. 물론 출근할 때는 버스에 사람들이 꽉 차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에 타고 갈 수 있었으니 지금도 생각해 보면 고마울 뿐이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교통을 생각하면서 옮기다가 자가운전을 하면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올해 이사를 하고 가장 불편한 것이 교통 문제였다. 노선도 많지 않고 어쩌다 있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견딜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불편했다. 서울 강남쪽을 가려면 2시간을 가야 한다. 집에 오려면 또 2시간을, 합해서 4시간 정도를 길에서 보내야 한다.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힘이 많이 든다. 남편이 많이 걱정을 했지만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새로운 노선이 생길거고 버스도 증차될 것이라고 했다. 생각을 좋게 하라고 했다. 모든 현상들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잘 될거야, 잘 될거야'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때 버스 노선이 우리 아파트를 지나가게 변경이 되었고 차들도 증차가 되어 많이 편해졌다. 그러더니 8월 말부터 2층 버스가 우리 아파트 앞을 지나 연세대학교를 지나 간단다. 1년에 한 번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안과에 가서 진료를 보는데, 2층 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드디어 9월 오늘 세브란스 병원 안과에 예약한 날, 2층 버스를 타려고 시간에 맞춰 집에서 5분 정도 걸리는 정류장에 갔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드디어 탑승.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좁아 좀 불편했지만, 좌석에 앉아 내려다 보는 밖의 느낌은 새로웠다. 관광지에서 2층 버스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