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巨木)

시어머니를 회상하며...

by 어수정
거목.jpg <거목>, 수채, 어수정 作, 2019.9.1




시어머니가 올해 6월 27일에 97세의 일기로 영면하셨다.

결혼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46년 동안 흔히 말하는 고부관계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들이 없지 않았지만,

나는 며느리로서 크게 두 가지 시어머니의 언행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불만을 말하면서 속상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 曰,

"너와 내가 위치를 바꾸었을 때 너는 지금 당장 집에서 살림을 할 수 있지만,

나는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

라고 하시면서 나의 직업에 긍지를 가지라고 하셨다.

육아와 살림은 내가 다 할 테니

너는 오로지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라고 하셨다.

그러니 내가 시어머니의 큰 뜻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그리고 퇴직 후, 아이들 독립하고 우리 부부와 어머니

- 세 식구가 함께 살면서 어느 날 문득 발견한 어머니의 한 행동.

식사 때마다 내가 식탁에 앉아야만 수저를 드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서 와 앉아라." "어머니 먼저 드세요."

내가 부엌을 대강 정리하고 식탁에 앉으면

그때까지 밥을 안 잡숫고 기다리고 계셨다.

침대생활로 죽을 떠 먹여 드리기 전까지 어머니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며느리의 수고로움을 당연하다 생각지 않고,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또 한 번 감동을 받아

힘든 줄도 모르고 봉양을 했다.


며칠 전 49재를 지내고 어머니의 발자취를 회상해 보면,

어머니는 분명 거목(巨木)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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