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회상하며...
시어머니가 올해 6월 27일에 97세의 일기로 영면하셨다.
결혼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46년 동안 흔히 말하는 고부관계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들이 없지 않았지만,
나는 며느리로서 크게 두 가지 시어머니의 언행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불만을 말하면서 속상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 曰,
"너와 내가 위치를 바꾸었을 때 너는 지금 당장 집에서 살림을 할 수 있지만,
나는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
라고 하시면서 나의 직업에 긍지를 가지라고 하셨다.
육아와 살림은 내가 다 할 테니
너는 오로지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라고 하셨다.
그러니 내가 시어머니의 큰 뜻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그리고 퇴직 후, 아이들 독립하고 우리 부부와 어머니
- 세 식구가 함께 살면서 어느 날 문득 발견한 어머니의 한 행동.
식사 때마다 내가 식탁에 앉아야만 수저를 드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서 와 앉아라." "어머니 먼저 드세요."
내가 부엌을 대강 정리하고 식탁에 앉으면
그때까지 밥을 안 잡숫고 기다리고 계셨다.
침대생활로 죽을 떠 먹여 드리기 전까지 어머니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며느리의 수고로움을 당연하다 생각지 않고,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또 한 번 감동을 받아
힘든 줄도 모르고 봉양을 했다.
며칠 전 49재를 지내고 어머니의 발자취를 회상해 보면,
어머니는 분명 거목(巨木)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