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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프로젝트 Aug 11. 2024

내가 살 곳을 선택하는 기준

이왕이면 구경하기 좋은 곳


30평 넘는 집이라고 다 좋지 않더라



부모님이 정말 노력하신 끝에 청약에 당첨되어 30평이 넘는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20살 넘어서 처음으로 그렇게 큰 집에 산다는 게 마냥 좋았습니다. 근데 며칠이 안 지나고 나서 뭔가 많이 허했습니다. 신도시다보니 주변 상권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 당시엔 주변 상권이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고 공원이나 골목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는데 이번에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건축과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



유현준 교수님을 관심있게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건축하는데 있어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물은 사용자가 결정하는 것고 사람과 맺는 관계속에서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빈 공간에 사람이 들어와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완성되기에 건축의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어떤 도시가 사람으로써 살기 좋은지 판별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공적이면서 정주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느냐, 이벤트 밀도가 높은가 입니다. 공적인건 공원, 골목길, 도서관이고 정주는 공원이나 도서관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벤트 밀도는 100m 안에 내가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가게 입구 숫자입니다.




공적인 공간이 기준인 이유는 사적인 공간이 많아지면 다양한 사람이 머물 공간이 없어 사람이 없을 것이고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가게 수가 현저히 적으면 특별히 갈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사람의 왕래가 적어지는 도시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내는 동네에 공적인 공간이 많아지고 이벤트 밀도가 좋아야 사람 마주칠 수 있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우리의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원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은 투룸 전세에서 4식구가 살았을 때 저만의 공간은 이불 속이였고 10살 무렵 이사를 하여 약 3평도 안되는 크기의 작은 방이 저의 공간이였습니다. 이불속 다음으로 3평 작은 방은 참 큰 공간이였고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성인이 된 후 이불 속 공간의 느낌을 경험하였습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3~40명이 함께 지내는 곳에서 정말 다닥다닥 붙어서 잘 때 갑자기 다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1평도 안 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공간을 소유하는 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돈이 많으면 공간을 소유할 수 있지만 그만한 능력이 없으면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은 계속 줄어들죠. 과거에도 많은 분들이 정말 작은 방에서 살았지만 마당과 골목길이 있었습니다. 즉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죠. 



지금은 내 방 말고 다른 공간을 사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하죠. 그래서 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서울보다 뉴욕이 살기 좋은 도시인 이유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에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










뉴욕 월세만 500~700만원이라 합니다. 작은 방 기준으로 말이죠. 그럼에도 살기 좋다고 하는 이유는 공원이 많고 보행친화적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뉴욕은 10km 이내 공원이 1km 간격으로 10군데가 있습니다. 걸으면 약 14분 정도 걸어서 계속 다른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술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조깅, 일광욕, 영화도 보고 스케이트도 탈 수 있습니다. 



과장해서 보면 월 500~700만원을 내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10km 정도 된다는 겁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에서 매 공원마다 다른 이벤트가 존재하므로 변화의 재미도 있고 계절 변화도 느끼며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서울은 15km 이내 공원이 4km 간격으로 9군데가 있습니다. 걸어서는 1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걷는 거 좋아하는 저도 쉽지 않을 거리입니다. 간다고 하면 갈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게다가 서울은 걸어가는 길이 중간에 없어지기도 합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차를 타는 순간 경험의 연속성이 끊겨서 경험 기준으론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 막히고 주차할 곳 없는 곳이 많은 것도 문제이죠.



그래서 단순히 방이 좁더라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많다면 삶의 질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단횡단이 가능한 홍대 




홍대 상권 3차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차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무단횡단이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이건 심리적인 요인을 말합니다. 무단횡단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들면 내가 서있는 건너편의 상권도 이용하기가 쉽습니다. 이 느낌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벤트 밀도입니다. 




홍대 피카소 거리의 이벤트 밀도는 100m 안에 17개, 실질 이벤트 밀도가 34가 됩니다. 실질 이벤트 밀도는 내가 서 있는 도로 건너편도 이용할 수 있을 때를 말합니다. 




10차선인 강남 테헤란로는 이벤트 밀도가 8개 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게가 8개란 거죠.생각해보시면 우리가 놀자고 했을 때 홍대나 경리단길 등을 가지 테헤란로에서 보자고는 안 할 것입니다. 





홍대에는 흔히 접하기 힘든 버스킹과 철길을 공원으로 만든 연트럴파크, 답답할 때 찾는 한강공원이 걷다보면 닿는 거리입니다. 그 외 망원시장, 신촌 연세대학교 등 인근에 접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심지어 신촌에서 연세대 가는 길에는 차량 통제까지 합니다. 




이처럼 홍대 일대는 공적인 공간도 많으면서 이벤트 밀도도 높은 보행친화적 동네입니다. 어찌보면 시끄러운 동네일 수도 있지만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동네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 왕왕 듭니다. 책을 읽어봤으니 좀 더 면밀하게 살펴서 지낼 곳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꼭 이런 도시를 굉장히 불편해 할 수 있고 그렇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저는 지금보다 더 삭막하게 살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홍대같은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요즘 단기 임대도 있는데 단기 임대를 해서라도 거주를 해보고 싶어요. 정말 제가 생각하는 느낌과 맞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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