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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Oct 14. 2021

불안강박장애를 겪고 있어요.

쌍둥이를 낳고 우울의 깊이가 깊어졌다. 불안강박을 동반한 우울증이 언제쯤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춘기 이후로 우울의 감정들이 있었고 대학을 다닐 때에는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졸리고 무기력한 느낌이 싫어 약복용을 끊었다. 그후로 우울의 늪을 헤매다가 또 괜찮아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출산 이후 역대급 우울과 불안강박이 나를 괴롭혔다. 매일, 특히 밤에 더 심했다. 우리 집 4층에서 쌍둥이가 바닥으로 추락해 뭉개진 이미지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 장면은 너무 끔찍했는데 꼭 내게 이런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았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거나 아이들이 납치되는 장면, 아이가 너무 아파서 장기이식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자다가 내 다리에 아이가 질식사당하는 상황들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나는 증상이 괜찮아지기 전, 최근까지도 아이들과 같은 침대에서 자 본 적이 없다.    

 

자다가 돌연사를 당하면 어떻게 하지, 밖에서 큰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 아파트가 무너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소방훈련을 하면 우리 집이 불타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걱정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이 되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불이 난다. 현관으로 달려간다. 손잡이가 뜨겁다. 안방으로 들어온다. 안 방 안에 있는 이불을 모조리 묶어 밧줄을 만든다. 아기를 돌돌 말아 일 층으로 내린다. 그런데 누구부터 내리지? 이불로 만든 밧줄이 도중에 끊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불이 짧아 1층까지 닿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되어 덮지 않는 이불을 안방에다 가져다 놓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 대비하느라, 걱정하느라, 불안에 사로잡히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술이 없으면. 그마저도 새벽 2시나 3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숨이 차고 눈물이 나왔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거칠어졌다. 심장이 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고 머리가 아팠다. 토를 하거나 설사를 했다. 손이 떨렸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도무지 멈춰지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봐도 다시 불안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생각이란 것은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 것일까. 그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러다가 병원 문을 두드렸다. 의사는 나에게 말했다. 증상이 현실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틈만 나면 증상이 현실을 지배하지 않는다. 를 되뇌었다. 약을 육 개월쯤 복용했을 무렵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정을 어느정도 다스리게 되자 내가 겪고있는 불안강박장애를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나의 불안강박장애를 동반한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자 너도 나도 불안한 감정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모두 엄마였다. 나처럼 아이의 안전과 관련된 불안들. 차에 아이 손이 찧을까봐,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을까봐 같은. 그 때 글쓰기 선생님이 말했다.      


“임신도 어렵게 했고 더군다나 쌍둥이라서 느끼는 부담감때문은 아닐까요. 저도 불안했거든요. 내 실수 때문에 아이가 다칠까봐. 엄마들이 대부분 겪는 감정인 것 같은데 사실 엄마들이 아이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니까 생기는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다음날 의사를 찾아갔다. 글쓰기 선생님의 말을 전했더니 의사도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고. 타고난 기질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불안의 감정은 압박에서 오기 때문에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압박이 불안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고.     


아, 맞다. 내가 그랬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는 엄마가 되었고 엄마의 역할을 해내며 엄청난 책임감으로 무장했던 것이다.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내려놓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내 마음도 성장하다보면 알게될까?  

   

약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내 의지로만은 어쩔 수가 없어서 여전히 최대용량을 먹는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꼬박꼬박 약을 먹는다. 불안강박증상은 많이 좋아져서 내 일상을 먹어버리지 않는다. 종종 불안에 가슴이 벌렁대고 손이 떨릴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책도 읽고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갖는다.     


나는 좋아질 것이다. (좋아지고 싶다) 지금보다 더. (지금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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