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글쓰기 주제는 '우리 아빠'
아이들 글에 나온 아빠의 모습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아빠는 회사에 일찍 나가시고 늦게 오신다. 금요일 저녁이면 치킨이나 과자를 사가지고 오신다. 가끔 엄마 몰래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아빠와의 대화는 많지 않고 축구나 골프 같은 운동을 따로 하는 분도 계신다.
여태껏 아이들이 쓴 글 중에 가장 짧은 글들이 많다. 왜 아빠를 주제로 아이들은 할 말이 별로 없을까?
상담주간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는 부모님은 이번에도 엄마가 100%이다. 왜 아빠들은 아이 선생님과 상담하지 않을까? 어쩐지 아빠들은 양육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아이들의 표현대로 가끔 시간을 보내주고, 용돈 등 물질적인 것으로 아이들 마음을 산다.
주말부부인 우리 집은 평일과 주말 그림이 다르다. 평일에는 나와 일과를 보내며 짜인 시간표대로 시간을 보내고, 금요일 저녁 남편이 돌아오면 시간표가 느슨해진다. 아빠와 보드게임을 하려고 얼른 할 일을 마치고 아빠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하다. 주말에는 아빠와 종이접기, 보드게임, 운동을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은 금요일 저녁에 아빠가 집에 오면 달려가 맞이한다.
남편은 주말에 일절 사적인 약속을 잡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평일에 아이들 돌본 시간이 많은 나는 쉬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두 아이의 가족 소개에 등장하는 아빠는 보드게임을 잘하는 아빠다.
학교 안내장과 학급 알림장 어플에도 함께 가입해서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공유한다. 비록 많은 부분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내가 담당하고 있지만 어쩐지 남편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 일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육아를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6학년 실과에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과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건강한 가족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아이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가정이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치킨이나 용돈이 아닌 대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과 정서적 교감이 마일리지로 환산되어 기록되면 어떨까? 성인이 된 아이들이 마일리지 쌓인 만큼 자신들을 찾아와 준다면 아이들에게 좀 더 시간을 쓸 것 같다.
마일리지를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지루하지만 쓸 때는 달콤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