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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Mar 08. 2023

같은 음식을 먹는 규칙

오늘 아침 글쓰기 주제는 '가족 소개하기'. 

다소 진부하고 재미없는 주제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 이야기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양육자가 돌보아주고, 어떤 형제와 혹은 혼자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지 알면 그 아이가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첫 문장을 '우리 가족은 몇 명이다.'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첫 문장을 썼다.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우리 부모님은 자주 다투지만 금방 화해한다. 나는 집에서 몇 째다 등등 칠판에서 본 주제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스친 것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


어제 장염으로 결석했던 아이가 가장 늦게 나와 검사를 맡았다. 

우리 집은 규칙이 있다. 바로 아픈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내가 장염에 걸려서 죽을 먹어야 해서 오늘 아침에는 모두 함께 죽을 먹었다. 


아침으로 죽 한 그릇씩 함께 먹었을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학교에 죽을 가져가서 먹어도 되냐고 조심스레 묻던 아이 엄마의 다정한 말투도 떠올랐다.


한 사람은 아파 죽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빨간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우걱우걱 먹는 것은 아픈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거리가 있다. 같이 죽을 먹는다는 것이 강요라기보다는 공감으로 다가왔다. 한 끼쯤 슴슴한 죽 한 그릇 같이 먹어주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며, 한 가지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 엄마의 수고로움까지 덜어줄 수 있으니 참 괜찮은 규칙 같다.


아픈 가족과 같은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라면 아픈 타인과 같은 메뉴를 고를 것 같다. 적어도 손주에게 5,000원짜리 돈가스를 먹이기 위해 대학교 식당을 찾아간 할머니나 끼니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아이에게 왜라고 묻는 사람은 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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