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늘에서 빼기 7년을 해볼게
33살이었거든.
가족들은 노처녀라고 했고 결혼 안 한 친구들끼리는 골드미스라고 서로 불렀던 나이야
연애가 막 귀찮고
주말에는 강남역 보다 침대에 누워서 무한도전 보고 낄낄 대다 라면 끓여 먹는 게 더 행복했던 때
10분 거리에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살았어
우리는 여름에 자전거를 사서 한강을 달리기 시작했고
늦가을까지 많이 탔지
처음에는 무섭더라고.
한강까지 가는 잠실 사거리 그 길이 제일 겁났어
사람들도 많고, 나무도 피해야 되고, 공사도 하고
곡예 부리며 요리조리 지나가고 싶은 건 마음이고
어~ 어~ 하면서 하도 핸들이 휘청거리는 바람에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지 처음에는.
꾸역꾸역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 보면 점점 한산해져
그리고 아무도 없는 작은 찻길 하나를 건너면 한강으로 이어지는 굴다리가 나와
굴다리를 들어서자마자 그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제 시작 인가 싶어 막 달리기 시작해
얼추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친구랑 만나면 오늘 어디까지 갈지 정하면서 달려
처음에는 종합운동장까지도 겨우 갔는데 나중에는 잠원, 더 나중에는 여의도까지도 갔어
반포쯤 넘어가면 사람이 많이 없어
밤에 혼자라면 여의도까지 가는 길이 무서울 텐데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들리는 친구 목소리에 의지해서 낄낄대며 가다 보면 여의도도 금방이야
가을이 정말 좋았어
집을 나서면서는 선선한데 한강 어디쯤부터는 더워서 옷을 계속 벗어
몸에서는 열이 나고 볼은 시원하고 손은 살짝 시려
한참 타다가 좋아하는 곳에서 잠시 쉬려고 자전거에서 내리면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가 않게,
숭구리당당 느낌으로 후들거리는데
그게 웃겨 재밌고 상쾌하고
자전거에 너무 맛이 들었을 그 해 가을에는
여의도까지 종종 자전거로 출근도 했어. 잠실에서 말이지
막 달려도 50분 걸리는데.
회사에 도착해서 자전거 자물쇠로 채우면 너무 기분이 좋아
뭔가 해낸 거 같고, 내가 너무 멋진 느낌 있잖아
앞머리가 바람에 반으로 갈라져 있어도.
후드티 속, 반팔티 안, 겨드랑이에 땀이 맺혀 있어도.
회사 앞에서 조금 쉬다 보면 시원한 가을바람에 금세 소름이 쫙 돋으면서 추워져
그 느낌도 좋고
7살 어린 여동생이 있어
친구랑 자취를 하는데 새벽에 전동 킥보드 타는 얘길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언젠가 만끽했던 밤공기, 새벽갬성이 확 불어와버렸어
지금, 노래,
기리보이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