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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과 이유 Nov 07. 2022

저녁 시간의 행복

오후에 읽는 책, 저녁에 읽는 책이 모두 달라! 

오후 시간과 저녁 시간은 독서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일을 하니 출퇴근이 없다. 지하철에서 시달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퇴근하자마자 싱크대 앞에 서야 하는 단점도 있다. 엄마가 수업을 하는 동안에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학원이 있으면 알아서 챙겨서 다녀온다. 아이들은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다녀와서 집에 오면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러고 나서 매일 해야 되는 숙제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오후 시간을 보낸다. 같은 집에서 함께 있지만, 함께 보내지 않는 셈이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엄마 얼굴을 제대로 보는 아이들은 엄마 수업이 끝나고서야 거실로 나올 수 있다. 나오자마자 거실 책장에서 꺼내는 책 한 권이 아이들에게는 휴식이 되어준다. 방 안에만 있었기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물론 학습만화를 꺼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엄마가 저녁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거실에 앉아 책을 보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며 일상의 행복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는 시간은 엄마인 내가 독서논술교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방문을 닫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서논술 수업을 하고 있는 방에 아이들 책도 많았기에 아이들은 독서교실에서 책을 꺼내 읽고 싶어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는 방에서 책을 꺼내고 싶어도 꺼내지 못하였고, 엄마에게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 하였다. 물론 일하는 엄마의 경우 직장에서 일을 하므로 엄마가 일을 하는 사이에는 엄마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집에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엄마의 거리감을 느껴야 했기에 그 거리감을 더 크게 느끼곤 하였다.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어도 엄마를 부르지 못하여 엄마의 부재를 더 크게 느꼈다.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를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오후 시간에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고, 시간 관리를 잘하여 책을 읽도록 만드는 독서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다. 


다음날 읽을 책은 미리 골라두기!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아이가 초등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독서 수업을 저녁 늦게까지 하였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저녁 9시나 10시였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씻기고, 책을 읽어주며 잠을 잘 준비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엄마가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바로 수업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 때면 하루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독서논술교사로 일을 하고 5년이 되었을 때 드디어 결심을 하고, 저녁 수업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저녁 수업을 하지 않으니 가족의 저녁 시간이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함께 저녁을 차려서 저녁을 먹고,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마주 보고 앉아서 저녁을 먹는다는 게 더없이 행복했다. 밥을 잘 안 먹거나 반찬 투정을 해도 아이의 말과 시간이 모두 소중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거나 책을 읽어 주는 시간도 여유로워졌다. 


이제는 오후 시간에 읽을 책은 전날 미리 정하고 있다. 오후에 읽는 책, 저녁에 읽는 책, 아침에 읽는 책이 모두 다르다. 엄마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에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독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독서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녁 시간의 행복을 찾은 것과 동시에 독서환경과 독서습관 두 가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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